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과 EU는 그동안 지난 5일 성사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 합의 이행 상황을 주시하며 신규 제재를 미뤄왔지만 러시아의 휴전 이행 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신규 제재를 하기로 했다. 단 양측은 모두 휴전 합의 이행 상황에 따라 제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신규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지역 반군 간의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난 5일 이후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정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의 금융·에너지·국방분야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를 향해 휴전 협정 준수를 촉구하면서 "약속을 잘 이행하면 제재는 철회될 것이며, 그렇지 않고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계속 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면 그에 따른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EU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주요 은행과 에너지 기업, 방위산업체 등이 유럽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일부 전자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제재 목록에는 스베르방크, VTB, 가스프롬방크, VEB, 로스셀호즈방크 등 5개 은행과 로스네프티, 트란스네프티, 가스프롬네프티 등 석유 관련 3개 에너지 기업, 우랄바곤자도브, 오보론프롬, 통합항공사 등 3개 방위산업체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의 대러 신규 제재 조치가 12일 관보 게재 후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추가 제재 조치가 이달 말 이뤄질 우크라이나 휴전 이행 상황 점검 뒤 해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추가 제재 조치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EU 국가들의 추가 제재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결정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분쟁 해결과 유혈 중단을 위해 러시아가 쏟고 있는 노력을 고려할 때 이해되지 않는 조치"라고 항변했다.
그는 "물론 제재가 러시아 측에 일정한 불편을 초래하겠지만 동시에 유럽기업이나 납세자들도 이로 인한 비용을 치러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무부 대변인도 EU가 제재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아주 비우호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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