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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나가수’ 음악의 감동 반감시킨 아쉬운 편집
입력 2014-09-09 20:51 
사진=나가수 캡처
[MBN스타 금빛나 기자] 꼭 한번의 방송에 몰아넣어 만들어야 했을까?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전해주는 음악의 감성은 현장에서 여전히 감동적이었으며, 호흡 하나하나를 들려주는 음향 역시 뛰어났으나, 정작 안방에서 이를 듣는 시청자는 이를 오롯이 즐기기 어려웠다. 급하고 성급했던 편집이 문제였다.

MBC 대표 프로그램이자 자신작 중 하나인 ‘나는 가수다가 작년 추석 특집 이후 1년 만에 돌아왔다. 상암 MBC 개막 특집이자 추석특집으로 진행된 MBC ‘2014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9일 오후 전파를 탔다.

지난 3일 오후 MBC 상암동 신사옥 앞 광장의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던 ‘나가수는 늦은 밤 가을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게 하는 힘이 있었다. 초대형 LED와 스크린, 조명 등은 야외무대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으며, MR이 아닌 라이브 밴드가 들려주는 연주 또한 귀를 즐겁게 했다.

7명의 가수들이 들려주는 감성적인 노래들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도록 도왔고, 덕분에 1000석이 넘는 객석은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비롯해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로 자리를 꽉꽉 채웠다. 무대 주변에 쳐진 펜스 바깥쪽에도 최고의 무대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차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Mnet ‘슈퍼스타K의 진행을 맡으며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었던 김성주는 물론이고, 처음으로 MC직에 도전하는 윤민수의 진행 또한 깔끔하고 재치가 넘쳤다.

1라운드와 2라운드로 나뉘어서 약 2시간 넘게 진행됐던 ‘나가수는 먼저 출연 가수들의 대표곡을 들려준 뒤 청중평가단의 투표로 최고의 무대를 선발했다. 그 순위에 따라 리메이크 곡으로 진행되는 2라운드 경연 무대의 순서가 결정됐다.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는 1라운드가 무대 위 가수 본연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맛보기였다면, 리메이크곡을 부르는 2라운드는 ‘본무대였다.

모든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나가수가 들려준 음악의 힘에 감탄하며 저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무대도 진행도, 그리고 관객들도 모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하지만 정작 브라운관에 비춰진 ‘나가수는 아쉬움 그 자체였다. 선명한 화질에 생생한 음향은 좋았으나, 편집이 중구난방으로 됐던 것이다. 1라운드는 ‘1분 미리듣기라도 되는 양 최대한 줄여서 편집한 티가 났으며, 이는 1라운드 마지막 무대였던 윤민수의 ‘술이야에서 가장 심각성을 드러냈다. 윤민수는 현장에서 ‘술이야의 1절을 자신이, 그리고 2절은 함께 무대에 오른 벤이 불렀으며, 마지막 구간은 혼성듀엣이 들려주는 화음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윤민수의 여전한 가창력과 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조합은 그가 1라운드 1위를 차지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정작 TV에서는 1절 부분이 통편집 되다보니, 윤민수의 노래가 아닌 벤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사진=나가수 캡처
김성주와 윤민수의 진행 역시 편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진행을 하면서 둘이 했던 대부분의 대화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사무적인 가수 소개뿐이었다. 윤민수가 어떻게 진행을 했는지, 그리고 관객들이 어느 부분에서 웃었는지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효린이 부르는 ‘귀로(박선주)나 윤민수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빛과 소금) 더원의 ‘잊지말아요(백지영) 등 가슴 울컥한 감동이 있었지만, 편집이 이를 방해하면서 이 같은 감동은 반으로 반감되고 말았다. 한 1시간 반 만에 두 시간이 넘는 분량을 넣으려다보니 발생한 부작용도 있었다. 많은 부분이 편집되고 엉뚱한 부분을 강조하다보니 아무런 흥미도 긴장감도 느끼기 어려웠다. 정돈되지 않는 편집은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낳았고, 방송직후 제작진이 안티”라는 항의가 이어질 정도였다.

1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내놓는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나가수였지만, 정작 뚜껑을 연 결과물은 아쉬움뿐이었다. 일각에서는 ‘2014 나는 가수다가 다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수 있을지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같은 결과라면 당분간 정규편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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