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高배당에 규제 푼 대만, 外人자금 `밀물`
입력 2014-09-05 14:36  | 수정 2014-09-05 19:10
대만 금융의 중심지 '타이베이 101빌딩'에 위치한 대만 증권거래소(TWSE)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에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 트레이딩(day-trading)과 공매도 등 투기성 차익 실현을 강력하게 금지하던 대만 증권당국이 지난해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규제의 끈을 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호했다. 대만 증시는 지난해 11.85% 상승해 0.72% 오른 한국 증시의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9.49% 뛰어 2.23% 오른 한국을 압도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꿈틀대면서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연초 이후 누적 외국인 순매수액은 대만 140억달러, 한국 91억달러로 '바이 타이완(Buy Taiwan)'에 가까운 모습이다.
한국 증시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똑같이 수출지향적이고 전기전자(IT)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만 증시가 한국 증시보다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대만 증시 강세의 비결은 최근의 규제 완화와 함께 높은 배당수익률이다. 대만 상장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연 3~5%대에 달한다. 1~2% 수준에 머무는 한국 배당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만은 10여 년 전부터 기업초과이익유보세를 도입하고 투명한 기업 배당정책 공시를 의무화해 불확실성에 대비한 내부 유보를 강조하던 한국과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다. 또 초반에는 해외 상장사들에 대해서는 고배당을 강제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외 기업에도 대만 기업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해 비슷한 수준까지 배당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린 대만거래소 소장은 "미국 최대 연금펀드 캘퍼스와 TIAA-CREF와 같은 장기자금이 대만을 떠날 줄 모르는 까닭은 세계 3위권의 높은 배당수익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세계 최대 연기금 일본 GPIF까지도 대만의 고배당 매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미국 연기금 '큰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대만에서 자금을 인출하지 않았던 배경으로 '시중 금리보다 높은 고정적 배당수입'을 꼽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시가총액 4위로 시총 1~3위의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연초 이후 26.5%의 최대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대만 델타전자 주가상승률이 1년 55%, 2년 106%로 고공행진하는 비결 역시 탄탄한 실적과 '고배당'이다. 델타전자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5.1%였고 2008년에는 13.11%를 기록하기도 했다. 로드니 뤼 델타전자 IR 담당자는 "지난 10년간 평균 배당수익률 4~5%와 배당성향 70~80%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대만거래소는 증시 활성화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린 소장은 "과거에는 소매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지만 최근에는 증권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추세"라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외국인ㆍ기관투자가들이 변화된 정책 기조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를 빈번하게 순회하며 적극적인 상장유치 설명회에 나서고 국내 기업과 차별을 두던 해외 기업 상장 문턱을 과감히 낮춰 해외 상장사를 5년 만에 0개에서 37개까지 늘린 것도 성공사례 중 하나다.
[타이베이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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