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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수뇌부 중징계…임영록 불복종·이건호 사퇴(종합3)
입력 2014-09-04 18:46 

"(KB수뇌부들이)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최근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엎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일성이다.
최 금감원장은 4일 오후 2시 30분에 브리핑을 통해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영록 KB금융회장에 대해 각각 문책경고(중징계)와 (금융위에) 문책경고 건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으면 남은 임기를 채울 수는 있으나 그 이후에는 3년간 금융권 임원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
최 금감원장은 이날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 받았음에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면서 "특히,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행장은) 지난해 7월 이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음에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며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치 못해 사태 확산을 방치하는가 하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이건호 행장에 대한 징계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임영록 회장의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이달말께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최 금감원장은 KB금융·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사전 미팅을 갖고 조속한 조직 안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 금감원장은 "오늘 오전 두 의장을 만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가 막중한 소명감을 갖고 KB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고객과 시장이 납득할만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간 갈등과 조직내 반목을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원인을 발본하고 철저한 '인적·조직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금감원장은 "상반기에 실시한 현장검사를 통해 본 한국금융의 민낯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며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금감원의 보신주의부터 먼저 혁파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이어 "KB사태가 이 같은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금감원장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금감원의 발표 직후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는 짧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임영록 KB금융회장은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임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더 큰 내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다"며 "과거의 예로 봐서 제재심의 결과가 충분히 최종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서 정확한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발언내용 전문.
[전문]
제재 결정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간 KB금융그룹에는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로 대형 금융사고가 수년에 걸쳐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지점이 외국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영업정지 조치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으며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기종변경 절차 진행과정에서는 이사회 안건 왜곡 및 허위보고 등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습니다.
또한 지주사 및 은행 경영진간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간 갈등 등 지배구조 상의 문제까지 드러나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맡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고객 불안이 야기되고 있고, KB금융 자체의 수습노력도 미흡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융권 전체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며 관련 법규를 성실히 준수해야 할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제재 대상자가됐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KB 사태가 이러한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오전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및 김중웅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면담하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가 막중한 소명감을 가지고 KB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경영 전반에 걸쳐 고객과 시장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경영진 간 갈등과 조직 내 반목을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원인을 발본하고 철저한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이사회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등 KB금융그룹이 하루 속히 안정을 되찾아 국내 대표금융그룹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감독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약 2개월간 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건 등과 관련해 6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고 대심제(對審制)로 심의를 진행함으로써 제재대상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서 치열한 논의에 참여해 주신 제재심의위원회 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진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심의위원회 종료후 지난 2주간 심의과정에서 규명된 사실관계 및 해당 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결과,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KB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의 경우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함으로써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저해했으므로 이건호 행장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 원안대로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주전산기 전환 검토과정에서 은행 IT본부장을 교체토록 하고 전산시스템 성능 검증 관련 자료를 은행 핵심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허위 보고한 행태는 고도의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금융인에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므로 그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더 큰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흐트러진 금융질서를 바로 잡아야하는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이와 같이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이KB금융이 선진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의 KB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 임직원 87명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제재심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간의 불화와 갈등으로 금융회사의 경영건전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원칙과 책임이 바로 서는 금융질서의 정착을 위해 엄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여러 산업분야중 국제경쟁력이 오랫동안 하위권에 있는 업종이 바로 금융입니다.
금년 상반기에 실시한 현장검사를 통해 본 한국 금융의 민낯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온 국민들이 피땀흘려 고생을 하고 있는데 금융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하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은 크게 변화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부터 더 변하겠습니다.
검사 및 제재업무 혁신,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 금융감독원의 보신주의부터 먼저 혁파해 나가겠습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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