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는 코스피…뛰는 코스닥
입력 2014-09-04 17:39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는 사이 코스닥은 전 고점(585.76) 돌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달러당 105엔대에 이르는 엔화 약세에다 중국과 유럽 경기 부진으로 대형 수출주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연고점(571.40)을 찍은 코스닥은 4일 전날보다 2.50포인트(0.44%) 하락하며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증권업계는 코스닥 추가 상승 여력을 높게 보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 5거래일 만에 소폭(0.25%) 올랐지만 여전히 박스권(2056.26)에 놓여 강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답보 상태에 처하면서 코스닥이 당분간 반사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614억원을 순매수해 코스피(322억원)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대형주가 흔들리면서 코스닥이 부각되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닥이 570선에만 무사히 안착하면 580까지 전 고점을 깨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갑호 교보증권 스몰캡팀장은 "기관이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대형 수출주 비중을 줄이면서 중소형주를 사고 있다"며 "코스닥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수익률이 100% 넘는 코스닥 종목은 13개(코스피는 6개)에 달한다. 중국(화장품ㆍ유아복)과 모바일게임 관련주 성과가 좋다. 지난 6월 말 종가 대비 4일 기준으로 산성앨엔에스 주가는 173% 올랐다. 골판지 기업인 이 회사는 마스크팩으로 사업 다각화를 한 뒤 올해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연초 대비 수익률은 무려 571%나 된다. 화장품 제조사인 코리아나도 하반기에만 100% 올랐다. 같은 기간 유아복 제조업체인 보령메디앙스(141%), 아가방컴퍼니(114%), 게임업체 컴투스(118%) 도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9월 들어 기관은 에스엠ㆍ와이지엔터테인먼트 같은 엔터주와 다음ㆍ바이오스페이스 등을 대거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를 비롯해 메디톡스ㆍCJ E&Mㆍ이지바이오 순으로 강한 매수 우위를 보였다.
김갑호 팀장은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재는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모바일게임주는 후발 게임 흥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유망 코스닥 업종으로 반도체 장비주를 추천했다.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스몰캡팀장은 "삼광글라스 등 생활용품과 코스맥스 등 화장품ㆍ의류업체 관련 종목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경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전자결제와 정보 교환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전자결제ㆍ정보보안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코스닥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거품론도 나오고 있다. 실적은 작년보다 좋지 않은데 주가만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21개 코스닥 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2조7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7.95%(2372억원) 줄었고, 순이익도 28.96% 감소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닥 상승은 코스피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지 독자적인 상승 모멘텀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주가가 오른 코스닥 종목 주가수익비율(PER)이 20~30배라면 결코 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4분기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종료 등으로 코스피가 본격적인 조정을 받는다면 단기 급등했던 코스닥 종목은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태성 팀장은 "코스닥이 대세 상승을 하려면 시가총액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IT업종이 살아나야 하는데 이 분야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은 코스닥 주가 상승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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