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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동원 상반신 공개 당연, 송혜교 욕은 남발하지 말자고"
입력 2014-09-04 11:2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이재용(49) 감독은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의 다른 모습을 봤다. 빛나는 젊은 청춘 남녀가 아닌, 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아빠로서의 모습 말이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이 강동원·송혜교가 된 이유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두 배우에게 건넸고, OK 사인을 받았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나 자신을 닮은 캐릭터"라고 좋아했다. 송혜교는 "억지 감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좋다"며 참여했다.
이 감독은 "강동원으로부터 읽힌 다른 모습, 화려함말고도 많은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한 송혜교 두 배우 모두에게 내가 의도한 게 어필된 것이니 기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야기는 아들 아름이가 풀어가지만, 세 사람과 주변인들은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강동원과 송혜교를 캐스팅하긴 했지만, 이재용 감독은 두 사람이 부부로 보이는 것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강동원과 송혜교는 대수와 미라의 모습 딱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두 배우를 미팅 자리에서 만났는데 실제로 잠깐 웃고 떠드는데 극 중 인물이 딱 그려지더라고요. 송혜교가 강동원에게, 강동원이 송혜교에게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극 중 인물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감독으로서 전혀 의심할 게 없었죠. 강동원, 송혜교가 대수와 미라를 연기하는데 다른 배우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고 할까요?"
감독은 두 사람을 잘 활용했다. 후반부 과거 회상신이 등장하며 강동원은 상반신을 공개했다. 몇몇 여성 팬들은 전라 강동원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게 편집됐다.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의 송혜교는 '씨X 공주'로 욕하는 모습이 의외성을 보여준다. 그는 "과거 젊은 날의 대수는 성적 에너지로 넘치는 피 끓는 청춘인데 담금질한 쇠가 물에 들어가면 치~익하고 김을 뿜을 것 같은 모습이 원작에서 읽혔다"며 "당연히 강동원에게 원하던 모습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송혜교가 욕하는 것은 남발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며 "나름대로 고민을 해 적절한 수위를 찾아 선보인 것"이라고 했다.
아들로 나온 조성목군도 꼽아야 한다. 이 영화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조성목은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 사실 몇 차례 캐스팅도 바뀌었다.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 안 나와서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한 아역도 있었다. 이재용 감독은 조성목군에게 고마워했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것부터 시작이 안 되면 영화가 나아가질 못했기 때문"이다.
"분장을 5시간 넘게 하고, 1시간 넘게 지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어요. 일단 그걸 버티는 친구를 찾아야 했죠. 또 의연하고 속 깊은 아름이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것도 적격이었죠. 이 바닥에서 잘한다는 아역도 많이 만나봤는데 아니더라고요. 또 천운이라고 생각한 게 조로증에 걸린 아이들은 치아 상태도 좋지 못해요. 성목군은 요즘 애들과는 다르게 교정도 하지 않았더라고요. 들쑥날쑥한 그대로였죠."(웃음)
이재용 감독은 그간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다세포 소녀',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을 연출했다. 감동과는 조금은 다른 지점의 작품들이었다. 실험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번에 눈물과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돌아온 걸까.
그는 "한결같은 사람도 있지만 난 관심사가 많다"며 "내 안에는 엉뚱함, 진지함, 따뜻함, 냉정함 등이 다양하다. 언젠가 감정을 다루는 영화를 할 때,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주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펑펑 울릴 수 있는 영화를 하는 건 도전이면서 목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유진 (제작사 집) 대표가 함께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도 내가 좋아할 만한 얘기였다. 대중적인 감각을 지닌 제작사(집은 영화 '감시자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흥행시켰다)이기 때문에 열심히만 만들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작업할 때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라는 이재용 감독. 얼마 전에야 조금 자유로워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에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다.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했고, 평가는 관객에 달렸다. 흥행에 대한 기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어찌 보면 뻔했다.
"'이 작품이 기꺼이 1년 넘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영화인가'라는 게 저한테 중요했어요. 전 충분히 감동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죠. 대중적인 가족 영화를 만들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호의롭게 받아줬으면 해요. 부모, 가족, 인생을 돌아보며 위안과 치유를 전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욕을 먹든 뭐든 감내해야 하는 거죠. 그래도 내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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