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포를 즐기는 투자자들
입력 2014-09-03 17:36  | 수정 2014-09-03 17:39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미국 증시가 급등락하며 출렁이자 일명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VIX)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들의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똑똑한'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주저하기보다는 변동성 ETF를 활용해 공포를 오히려 투자 기회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키움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미국 VIX지수가 올해 들어 가장 큰 급등락을 나타낸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된 VIX지수 추종 ETF 규모는 63억6935만원으로 지난 1월의 2억5448만원 대비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VIX지수 추종 해외 ETF는 'VXX ETF'와 'XIV ETF' 두 가지다. VXX와 XIV는 각각 미국의 패시브 전문 자산운용사인 아이패스와 벨로서티가 운용하는 ETF다. VXX는 VIX지수를 순방향으로 1배, XIV는 VIX지수를 역방향으로 1배 추종한다. 7월 말부터 8월 말 사이 키움증권을 통해 거래된 VXX ETF 거래대금은 20억7734만원으로 지난 1월의 7529만원과 비교해 27.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XIV ETF 거래대금은 42억9200만원으로 1월의 1억7918만원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특히 VIX지수 상승 국면(7월 23일~8월 7일)에서는 VIX지수를 순방향으로 추종하는 VXX ETF 매수가 크게 늘었고, VIX지수 하락 국면(8월 8~23일)에서는 VIX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XIV ETF 매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VIX지수는 7월 23일(11.52)에서 8월 7일(16.66) 사이 보름 만에 44.6% 급등했다. 이어 8월 7일 이후 22일(11.47)까지 보름 동안 31.2% 하락했다. 매매 시점만 절묘하게 선택했다면 한 달 만에 최대 70% 이상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해외주식파트장은 "VIX지수 ETF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축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약세장에 직면했을 때 유용한 헤지 수단"이라며 "다만 미국 증시가 장기 상승 국면에 있는 만큼 단기 대응으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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