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장님은 지금 `열공중`…"이제 1등 자신있어요!"
입력 2014-09-02 13:58  | 수정 2014-09-02 14:08

"솔직히 지금까지는 확실한 1등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데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원규(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매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과의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질문에 자신있게 답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각 분야에서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NH농협증권과의 합병 후 명실상부 독보적인 1등이 될 것이란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인터뷰 직전까지도 농협금융지주, NH농협증권 등과 함께하는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 회의 준비로 내부 스터디를 했다는 그는 새 판 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 사장은 "한 달에 한번 통추위를 열어 조기 합병을 위한 주요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통합 대형 증권사로서 시장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고, 조직 안정화 및 신속한 영업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면 총 자산 42조원, 총 자본은 4조29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메가 증권사'가 탄생한다.
양사는 이미 통합증권사로서 2020년까지 총 자산 57조원, 총 자본 5조7000억원, 당기순이익 4238억원, ROE(자기자본이익률) 7.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서로 취약한 부분을 상호보완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밑바탕이 됐다.
"일례로 우리투자증권은 농협금융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리테일고객 확대와 기관고객은 물론 경제사업 거래 유치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 농협금융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우수한 IB와 WM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농협의 취약한 대도시 채널 보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양사에 엄청난 기회인 셈이죠"
김 사장은 특히 IB업계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에 농협증권의 IB뿐 아니라 농협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지붕이 생기면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현재 농협금융지주 편입 초기부터 계열사간 강점을 활용한 공조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중"이라며 "예를 들어 농협금융의 방대한 자금운용 능력은 우리투자증권이 회사채 인수시 강력한 수요처로 뒷받침 돼 줄 수 있고, 또 NH농협은행 기업금융 부서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인수합병(M&A) 및 투자금융 부문의 공조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병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취임 초기부터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많이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비중이 높은 주식형펀드를 추천한 데 이어, 인도 루피아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를 기획해 출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시 역시 몇 년째 박스권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며, 자산배분의 관점에서도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품 개발에 관심이 많은 김 사장은 '스마트인베스터 솔루션' 즉 주식 가격이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는 방법으로 매입 단가의 평균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안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로 영역을 넓힌 글로벌 스마트인베스터 상품의 경우 김 사장이 '1호 고객'으로 처음 가입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고 어떻게 남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겠냐"며 "NH농협증권과의 통합 이후에도 적립식 펀드나 100세시대를 대비한 연금상품 등을 적극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농협금융지주와의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NH농협증권은 해외 네트워크가 없는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홍콩, 싱가포르, 뉴욕 등 8개국에 9개의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김 사장은 "농협이 우리투자증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전진기지로 삼아 농·축산업 제조·유통 부문과 금융이 동반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앞서 기존 해외거점 지역의 인력을 대폭 교체했다. 주로 해외 네트워크 내에서 인력 충원이 이뤄지던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에서 국내 직원들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하면 과감히 해외로 발령을 내 기회를 충분히 준 것이다. 또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원하는 리서치 기반의 네트워크를 형성, 기관 운용과 영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시장의 성과만으로는 향후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내실 있는 해외 진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진출 보다는 국내와 해외 조직간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NH농협증권과의 통합 후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이를 위해 불가피했던 구조조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내부 평사원 출신의 사장이다보니 아마 직원들 사이에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412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그 기대감은 다들 실망감으로 변했죠. 회사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지만 직원들 마음에 본의 아니게 낸 상처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상처 봉합에 재빨리 나섰다. 지난 6월부터 두달여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동안 그가 만난 직원들 수만 약 2000여명에 달한다.
처음 직원들과 이같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을 때는 많이 어색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직원들 역시 사장님 앞이어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 사장과 직원들의 만남은 성토의 자리에서 NH농협증권과의 통합 이후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로 바뀌었고 직원들 표정 역시 밝아져갔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남다른 신념과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통의 자리였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면서 CEO이자 선배로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취임했을 때부터 내건 슬로건인 'ONE COMPANY' 즉 회사의 모든 조직이 강하게 뭉치자는 뜻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며 "이 같은 뜻을 바탕으로 향후 NH농협증권과의 합병도 원활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He is…
△1960년 출생 △경북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LG투자증권 입사 △2005년 우리투자증권 중부지역본부장 △2007년 우리투자증권 연금신탁영업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2012년 홀세일사업부 전무 △2013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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