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 미국 원유수출 금지 해제 요청
입력 2014-09-02 13:35 

지난 40년간 지속돼온 미국의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해달라는 국제사회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과 멕시코도 원유수출 금지조치 완화를 미국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고 1일 전했다.
지난달 11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하원에너지위원회 의원단이 청와대를 찾았을때 "박근혜 대통령이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등지에서 생산되는 미국산 초경질유 확보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박대통령은 또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인 한국에 경질유 수출을 허용하고 셰일가스를 개발하는데 (한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 의회의 도움을 희망한다"고 주문했다.미국산 원유수출 금지 조치가 해제될 수 있도록 미국 의회가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메이저 정유사중 한곳이 한국 정부와 함께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산 경질유 수출길이 열릴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덧붙였다. 미국 의원단중 한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존 바튼 하원의원(텍사스)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원유수출 금지조치 해제를 찬성한다"며 "금지조치를 해제하면 미국경제 부양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무역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 경제제재조치로 인해 이란산 석유수입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또 다른 원유수입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외에 러시아의 천연가스공급 중단위협에 직면한 EU는 미국과 교섭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미국산 원유.천연가스 수출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원유 재고량이 줄어들고 있는 멕시코도 원유수출 허가요청과 관련해 미국 상무부의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은 지난 73∼74년 아랍국가들이 석유수출을 금지하는 오일엠바고 등을 통해 원유무기화에 나서면서 원유값이 폭등하는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지난 40년간 원유 수출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미국내 셰일가스 붐으로 원유.천연가스 생산이 급증, 올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최대 원유생산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원유수출 허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다만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상당수 의원들이 국내 기름값 상승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의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 활용가능한 조치를 이용, 원유수출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정제하지 않은 초경질유 수출을 허용한 바 있다. 첫 수출분 50만 배럴이 10일께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