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5개월만에 사업 재편을 재가동했다. 이번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그룹 내 플랜트 사업의 두 축인 양사를 합병함으로써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것이 삼성그룹측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밖에도 삼성그룹 내 전 사업범위에 걸쳐 추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전격 결의했다.
합병은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며 오는 12월 1일 마무리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합병 법인의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 내 플랜트 사업 역량을 한 곳에 모으는 데 의미가 있다. 양사도 합병을 통해 대형 정유사 등 주요 수요처에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이를 통해 고부가 영역인 육상 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배를 만드는 회사와 육지에서 플랜트를 개발하는 회사가 합쳐져 해양플랜트 사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며 "건조 노하우와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합병 법인이 매출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약 25조원에서 2020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합병으로 양사가 보유한 사업 역량 중 상대적으로 뒤쳐진 부문에 대한 경영 효율화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경영 진단을 실시했으며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같은 평가를 시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추락했으며 올 1분기에도 362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적자가 1조원이 넘었다. 실적 부진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경영 진단이 실시된 후 합병이라는 결론을 내고 이와 함께 사업 정리도 시행될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엔지니어링의 경영평가는 마무리됐고, 중공업측도 경영평가가 올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단순 경영평가 차원일 뿐 구조조정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인력 감축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사업부 개편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추가 사업 재편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의 경우 삼성그룹 내 전자, 금융에 이어 건설 부문까지 개편의 대상이 됐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삼성그룹 내 건설 부문의 통합과 금융 부문의 조정 등이 앞으로 진행될 사업 재편의 대상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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