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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힙합신 송강호’ 에이더스트를 아시나요?
입력 2014-08-26 17:12 
에이더스트(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나이 지긋한 대선배가 인기 아이돌 그룹도 아닌, 갑자기 웬 힙합 가수의 이름을 물었다. '에이더스트(A-DUST)'라고 아는가?' 솔직히 그가 누군지 몰랐다.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찾아 봤다. 에이더스트(36·본명 심승보)는 스토니스컹크(스컬·쿠시)의 숨겨진 멤버였다. 신곡 '개로'를 얼마 전 무료 공개했다. 이 노래는 쿠시가 입대 전 편곡·피처링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는 스컬이 우정출연했다. 그는 Mnet '쇼미더머니 시즌3'에 출연했다가 급 탈락했다.
몇몇 대중음악평론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힙합 레게 신에서는 그의 이름을 알아주는 이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평론가는 아니지만 가요 담당 기자로서 들은 풍월은 있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뒤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는 소감을 전했다.
에이더스트(사진=강영국 기자)
그럼에도 결국 그를 인터뷰하게 됐다. 최대한 반갑게 맞았지만 다소 등 떠밀려 만난 그에게 아주 호의적일 수는 없었다.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는 딱딱한 회의실 공기가 차가웠다. 에어콘 바람 소리만 따분하게 웅웅 거렸다. '탁탁탁' 무미건조한 노트북 자판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그와 몇몇 형식적인 질답이 오가는 동안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락없는 취조실 분위기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그의 눈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속 등장하는 송강호가 떠올랐다. 염색은 했으나 세련되지 않은, 슬리퍼를 신은 채 동네 구멍가게 앞 좌탁에 앉아있을 법한 이 뮤지션의 정체가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궁금했다.
'솔직히 양아치 개망나니 반대로만 한 청개구리.' 에이더스트는 자신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그의 노래 '개로'의 일부 노랫말이기도 하다. 과연 그는 정말 그러한 사람일까?
- '괴물'의 송강호 캐릭터 닮았다
▲ 그런 말 많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힙합 신 송강호'라 불러달라. 영광이다. 하하.
- '개로'는 무슨 뜻인가
▲ '멍멍이' 개에, 한자 '길 로(路)' 자다. 개 같은 길을 걸어온 내 음악 인생 이야기다. 이미 4년 전 만들어 놓은 곡이기에 본 앨범을 발표하기 앞서 무료 공개했다.
- 미안하지만 '개로'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 당연한 것 아닌가.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강한 곡일 뿐이다. 요즘 힙합 음악들처럼 금방 찍어내듯 만들어낸 곡이 아닌, 무게감 있는 가사와 레게를 함께 표현하고자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 내가 심판할 순 없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 어떠한 메시지를 담았나
▲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하진 않겠다. 선과 악, 흑과 백, 빈과 부, 이 모든 것들이 치우치지 않아야 조화로운 세상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 아닌가. 그 사이에서 나라도 작은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 아버님이 대리운전을 하신다 들었다. 형편이 어려운가
▲ 아버지는 원래 토목 쪽 공무원이셨다. 사정으로 인해 그만 두신 뒤 사업하시다가 잘 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차마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가정도 화목할 수 없던 때가 있었고, 아버지는 이후 택시기사부터 대리운전까지 하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또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셨다. 존경스럽다. 하지만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 취업이 되진 않더라.
- 적지 않은 나이에 책임감도 있을 텐데
▲ 돈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다. 진짜 화가 난 적도 있다. 지금도 안정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을 쫒고 싶진 않다. 잠깐 욕심을 내봤지만 끝이 없더라. 적게 쓰면서 내가 행복하면 그게 부자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해드리고 싶은, 그러한 부분에서는 안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부모님의 웃음이 많아지시는 게 보이니까 좋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매번 남의 뮤직비디오나 노래에 목소리만 나오다가 내 얼굴이 나오고 내 음원이 나오니까 자랑하고 다니신다. 물론 나 역시 가정에 보탬이 되야하지 않을까 고민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끝까지 해야된다'는 사명감이 있다.
- 삶이 어떠한 식으로 음악에 표현되는가
▲ 내가 가사를 잘 못 쓴다. 쉽게 말하기 보다 두 번 세 번 돌려서 의미를 숨겨놓고 싶어 한다. 예술작품을 만들 듯 작업에 공 들인다. 트렌드와 반대로 가고 싶다. 스웨그? 허슬? 결국 모두 돈과 비지니스에 연결 돼 있다. 나의 소소한 움직임이 그저 힙합 레게 문화 신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 스토니스컹크와의 인연은?
▲ 스컬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음악을 해오다가, 21세 때 다시 만나 의기투합했었다. 팀에 합류하라는 제의를 받았고, 그렇게 쿠시를 만났다. 당시 마스터플랜 소속으로 '하이스탁'이란 팀을 결성, 언더그라운드에서 2년간 활동했다. 스토니스컹크 공연과 피처링 프로듀싱 과정에 참여하면서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가, 입대하면서 나오게 됐다.
- '쇼미더머니 시즌3'에 출연했다
▲ 처음에는 사실 '트로트X'에 나가라는 스컬의 제안을 받았다. 워낙 내가 한국적 색(色)이 강하니까 트로트와 레게, 힙합을 섞어 나가보라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쇼미더머니'에 나가게 됐다. 1회에 잠깐 모습을 비추고 탈락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레드소울차일드가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효청공연 측과 이번에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 정통 힙합 신에서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많은데
▲ 알고 있다. 내 처지에서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힘은 정말 크다. 그 안에서 어떻게 보여지건 그게 전부가 아님을 팬들도 알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지 않은 피디가 어디 있겠는가. '다음'이 있으려면 시청률이 뒷받침돼야 하니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정말 잘 하는 뮤지션이 많은데, 보여줄 창구가 없다. '쇼미더머니'라도 있어야 한다. 편견 없이 어디서든 꾸준히 음악을 한다면 언젠가는 보여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 디스코그라피에 비해 너무 빨리 탈락한 것 아닌가
▲ 콘셉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심사위원이 내게 '레게'와 '힙합' 중 선택을 빨리 하라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을 굳게 닫고 고집을 부렸다. 결과론적으로 멋만 보여주려고 했다. 진심이 아닌, 좀 더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 무엇을 깨달았나
▲ 많다. 그동안 내가 병신이었구나 아무것도 몰랐구나. 어떻게 이렇게 36년을 살았나 싶었다. 결국 남은 건 기획사 프로듀서에 속한 아이들 아닌가.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이 '쇼미더머니'뿐 아니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이자 세상의 양면성이다. 무섭기도 하다. 거기에 내가 과연 반(反)해서 살아갈 '깡'은 없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만약 내가 안되면 다음 후배에게 힌트라도 주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바꿀 수만 있다면 좋겠다.
- 향후 활동은 어떻게
▲ 큰 공연, 작은 공연 따지지 않고 무대가 아닌 곳도 음악만 있다면 설 것이다. 힙합 플레이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불태우고 싶다. 다 쏟아내고 싶다. 공연 무대만큼은 자신 있다.
-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 음악이 힙합도 아니고 레개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이 좋다. 장르를 선택해야 하고 양쪽 신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난 아이돌 댄스뮤직을 하겠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편 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또 웃긴 건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는 그야말로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이런 사랑이 또 어디 있나. 내 스타일 대로, 쉽게 아니고 어렵게 가겠다. 굳이 나누겠다면, 에이더스트 만의 장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서 '괴물' 속 송강호가 아닌, 영화 '변호인'의 송강호가 보였다.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힙하퍼 에이더스트. 그가 말하는 '상식이 통하는 가요계'가 새삼 낯설지만은 않다. '힙합신 송강호' 에이더스트의 '개로(개 같은 길)'는 오늘도 다시 시작됐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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