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꼬일대로 꼬인 '세월호 정국', 국가 개혁은 물거품?
입력 2014-08-26 11:53 
4월16일 우리는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충격 속에 지켜봤습니다.

304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대통령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국민이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5월19일 대국민 담화)
-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그 다짐은 지금 공허한 메아리로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습니다.


진상규명과 보상문제를 다룬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정치권은 갈라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만 하더라도 여야를 초월해 한마음이었던 정치권이 지금은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1차, 2차 합의가 이뤄졌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정치권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제안한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는 넘지 못할 산이 돼버렸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이해 당사자가 입법 주체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치 도의상 합의를 그렇게 어렵게 해놓고 추인이 안됐으니까 구체적인게 나온 건 아니지만 3자협의체 만들자고 하는 것은 못한다는 전제로 하는거 아니겠나."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오늘)
- "유족 뜻이 우선이다던 대통령은 단 한마디 언급없이 외면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3자협의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람 목숨 죽는데도 눈하나 깜짝안해 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단 한사람도 구하지 못하나? 참사 반복해서는 안된다"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권이 이토록 분열적인 모습을 보여서야 어찌하겠습니까?

우리 사회 통합의 마지막 보루인 정치권은 늘 그렇듯이 갈등의 첫 시발점일뿐입니다.

유족들도 갈라졌습니다.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로 이뤄진 가족 대책위는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은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수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장(어제)
- "김재원 수석, 그리고 정책위의장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앉으세요.) 유가족과 이간질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분을 왜 옆에 앉힙니까."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오해는 푸시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할겁니다. 유가족들도 중지를 모으는

▶ 인터뷰 : 정명교 / 세월호일반인희생자대책위 대변인(어제)
- "현재 여·야가 재합의한 특별법안에 대해 일반인 유가족들은 수용함을 천명합니다. 특검 안에서도 진실규명을 하기 위한 좋은 방법들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고요. 여·야가 유가족이 참여해 진상 규명을 할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고…."

같은 희생자 유족들인데 왜 서로 이렇게 갈라져야만 하는 걸까요?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같을지언데, 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걸까요?

혹 여기에도 이념이라는 잣대가 등장하는 걸까요?

그 이념적 잣대의 부끄러운 민낯은 유민 아빠에 대한 논란으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정다감한 아빠였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10년 전 이혼해 양육비도 제대로 주지 못한 나쁜 아빠였을까요? 아니면 가난해서 제대로 주지 못했을 뿐일까요?

민주노총의 강경파 노조원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1년도 채 안되는 햇병아리 조합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44일째 단식을 하는 것이 보상금을 노린 쇼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보상금은 유민 엄마에게 전액 양보했으니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서로 극단적인 주장들입니다.

이런 반목과 갈등을 누가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일주일째 단식을 같이 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상황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부터 나서서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만류하고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부탁하는 유족들을 만나 딱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대통령의 영역이 아니라 국회의 영역이라는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어제 수석비서관회의)
- "의회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회가 국민들을 대신해서 부디 경제 활성화와 국민안전, 민생안전을 위한 핵심 법안들을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해줄 것을 부탁 드린다"

청와대는 야권이 세월호 특별법과 유족들 만남을 정쟁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청와대 주변은 경찰차로 차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앞에서 유족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누운 채 노숙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던 날 우리는 이런 날이 올 줄, 이런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한 마음 한 뜻일것이라던 생각은 너무나 순진했습니다.

답답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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