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우중과의 대화` 발간…"정부, 대우차 美 GM에 헐값 넘겨 韓경제 30조 손해"
입력 2014-08-26 11:39  | 수정 2014-08-26 11:41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나치게 확장 투자를 벌이다가 대우자동차의 부실로 몰락했다는 것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받아들여지던 '정설(定說)'이었다. 한국정부도 이에 따라 대우해체 이후 다른 계열사들은 살렸지만 대우자동차는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에 거의 공짜로 넘겼다. '부실이 더 심해져서 국민경제에 더 큰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이었다"('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중)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에 맞춰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대우차를 GM에 넘긴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우 해체에 따른 손해가 한국경제에 약 30조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김우중 전 회장의 육성을 인용해 주장했다.
신 교수는 4년간 서울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김 전 회장을 20여 차례 만나 150시간 이상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신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정부의 판단 잘못은 대우차를 인수해간 GM이 입증해 줬다"며 "GM은 대우차 덕분에 중국시장에서 혁혁한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후발주자였던 상하이GM(GM의 중국합작사)이 중국시장 1위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한 사례를 들며 "상하이GM은 2010년 중국에서만 230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GM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소개했다.
신 교수는 또 "이 성공의 견인차는 '뷰익 엑셀(Buick Excelle)'"이었다며 "2000년대 상하이GM 매출의 70%를 차지한 베스트셀러카"라고 설명했다. 이 차는 대우가 개발한 '누비라(GM이 대우차를 인수한 뒤 '라세티'로 명칭 변경)'를 그대로 갖고 가서 이름만 바꿔 판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대우의 마티즈도 '쉐보레 스파크(Chevrolet Spark)'로 이름을 바꿔 상하이GM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GM이 1997년에 세웠던 전략대로 대우가 개발한 소형차를 이용해 중국이라는 거대 신흥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대우차는 또 중국뿐만 아니라 GM의 2000년대 세계시장에서의 확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을 통해 "정부가 이렇게 대우차를 잘못 처리해서 한국경제가 손해 본 금액만 210억달러(약 30조원)가 넘는다"고 추산하면서 "한국이 금융위기 때에 IMF로부터 빌린 돈 만큼이나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한국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실패한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 성과는 GM이 다 가져갔다"고 꼬집으면서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 된다. GM의 성공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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