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D 프린터 기술로 대동맥질환 치료
입력 2014-08-26 10:22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고난이도 심혈관질환인 대동맥질환 수술이 성공했다.
3D 프린트 기술은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제3의 산업혁명이라 여겨질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다양한 의학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비인후과와 치과가 치료에 필요한 인공 보형물을 제조하고, 다른 임상과는 인공 장기의 제조가 시도되고 있지만 안정성의 문제로 제한적인 가운데, 심장수술 분야에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한 사례는 처음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흉부외과) 송현.강준규 교수팀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대동맥 모형으로 정확한 수술 계획을 세워 지난 4월 대동맥류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강씨(남.60)의 수술을 성공시킨데 이어 7월 대동맥 박리증 환자인 오씨(여.60)의 수술 및 시술도 성공해 건강을 되찾아줬다. 오씨는 지난 2012년 12월 심한 가슴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을 진단받았다.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탄력 있는 혈관인 대동맥을 통해 전신 장기에 도달하는데, 오씨는 심장과 바로 연결된 대동맥 부위가 찢어지는 A형 대동맥 박리증이라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급성 A형 대동맥 박리증은 질환의 발생과 동시에 전체 환자의 4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시간을 넘길 때마다 사망률이 1%씩 늘고, 이틀 후에는 환자 절반이 사망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의료진은 병이 있는 부위의 대동맥을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치하는 '혈관대체술'을 시행했고 수술은 성공하여 부풀어 올랐던 대동맥이 정상 크기로 돌아와 오씨는 건강하게 퇴원했다.

문제는 올해 7월 검사결과, 수술받은 대동맥과 바로 이어지는 하행대동맥에 다시 대동맥 박리가 일어나 혈액이 흐르지 말아야 할 곳(가강)으로 피가 흐르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평소 고혈압이 있던 오씨가 혈압으로 대동맥이 파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혈압을 낮추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하지만 하행대동맥의 지름이 6 cm을 넘기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 및 시술을 결정했다.
수술팀은 수술 전 환자가 3차원 입체 대동맥 CT검사로 촬영한 대동맥을 3D 프린터로 그대로 출력하고, 환자의 대동맥 실물과 같은 모형을 보며 몇 차례의 수술계획을 세웠다. 대동맥 질환 수술은 그 난이도가 높고 수술 중에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 또는 수술 후 사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계획이 그 어떤 수술보다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가슴을 크게 절개하여 망가진 대동맥을 모두 드러내는 수술을 하지만, 최근에는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스텐트 그래프트'를 삽입한 스텐트 시술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술팀은 시술과 수술의 장점만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수술을 결정했다.
스텐트 시술에 앞서 흉부외과에서는 뇌로 분지되는 혈관(경동맥)과 뇌와 좌측 상지로 분지되는 혈관(쇄골하동맥)이 시작되는 부분을 막아서 뇌손상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측과 좌측 경동맥, 좌측 경동맥과 좌측 쇄골하동맥을 인조혈관으로 연결하는 경동맥간 우회로술을 계획했다. 이후 영상의학과에서 스텐트를 삽입해 박리가 처음 시작된 대동맥 구멍을 찾아 막기로 결정했다. 이는 건물의 큰 기둥에 구멍이 생겼을 때 시멘트를 발라 물이 새지 않게 하듯이 그물망으로 구멍을 막아서 대동맥의 파열을 방지하는 것이다.
의료진은 실물에 가까운 모형을 보며 필요한 스텐트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보호자와 환자에게도 치료 계획을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은 대동맥 CT검사 결과로 스텐트 시술계획을 세웠는데, 3D 영상이지만 결국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환자의 대동맥 지름이나 길이를 측정했다. 하지만 실제 혈관은 평면이 아닌 곡선으로 되어있고, 스텐트가 들어가는 길은 혈관 앞쪽에서 뒤로 넘어가는 식의 곡선으로 시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평면상 측정 후 실제 시술에서는 이전 계획과는 다르게 스텐트를 여러 개 삽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흉부외과의 혈관 수술 이후, 그 다음날 영상의학과의 스텐트 시술을 수술계획에 맞춰 정확하게 시행했다. 이달 5일 퇴원한 오 씨는 "한 번의 수술에 이어 같은 수술을 또 받아야 해 두려움이 앞섰지만, 팽창된 혈관을 직접 보니 수술의 필요성도 알 수 있었고, 의료진이 대동맥 실물을 보며 치료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믿고 수술을 받았다"며 건강을 되찾은 소감을 전했다.
강준규 교수는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가 극심한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복부에 심장박동에 따라 움직이는 덩어리가 육안으로 확인되는 경우, 정기 건강검진에서 심장 근처의 종격동(해부학적으로 양측 폐를 분리하고 있는 조직과 기관)이 넓어진 소견이 관찰된 경우 반드시 대동맥 질환을 의심하여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 교수는 "최근 의료계에서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동맥류 환자의 수술이나 시술에 앞서 환자 장기를 직접 만들어 치료계획에 처음으로 적용시킨 것에 의의가 있고, 이번 성공에 이어 앞으로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모든 대동맥류 환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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