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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더 데빌’, 명작보다 낯선
입력 2014-08-25 10:34  | 수정 2014-08-26 09:0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창작뮤지컬 ‘더 데빌이 베일을 벗었다.
‘더 데빌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3인극의 창작 락 뮤지컬. 뉴욕 증권가를 배경으로 ‘유혹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모든 것을 잃고 유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존 파우스트, 그를 점점 타락으로 몰아가는 ‘X, 그리고 X에게서 존을 지키고자 하는 존의 연인 ‘그레첸의 조우가 한 치의 양보 없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지난 22일 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난 ‘더 데빌의 첫 느낌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하다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을 쏙 빼놓는다. 신선하면서도 낯설고, 어렵지만 매혹적이다. 형언할 수 없는 양극단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는 묘한 힘이 있다.
다만 세 캐릭터의 입체감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오히려 스토리는 친절치 않다. 여타의 뮤지컬처럼 단순히 스토리만 쫓으려다간 ‘더 데빌의 가장 큰 매력을 놓칠 수 있다. 존 파우스트·X·그레첸 세 인물 간 심리, 드라마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유의해야 할 게 또 있다. 장르는 ‘록 뮤지컬이지만 이 또한 정형화된 설명이 힘들다. 가슴이 확 뚫리는 록 콘서트의 발산 분위기가 아니다. 스토리 흐름에 맞춰 다양하게 변주되는 멜로디 라인과 출연자를 염두에 둔 작곡과 편곡이 드라마를 극대화한다. 락 비트와 웅장한 클래식 사운드가 펼쳐내는 색다른 색깔이다. 여기에 무대 위 4인조의 라이브 밴드와 4명의 코러스를 배치해 사운드의 풍성함을 더한다.
깰 수 있는 모든 틀을 깨버린 변칙 구성에, 스토리·음악·장르 등 그 어떤 곳에서도 선입견을 갖고 접근한다면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순 있다. 다만 배우들의 흡입력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마이클 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는 X로 분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존 파우스트 역할에는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이 참여해 ‘베테랑다운 실력과 개성을 보여준다. 단연 세 인물 중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 크레첸에는 차지연 장은아가 맡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첫 무대를 꾸민 차지연은 이른바 ‘미친 연기로 무대 위를 휘젓는다. 그녀의 몸짓 하나, 노랫가락 한소절에도 결코 눈을 뗄 수 없다. 관능적인 카르멘과 깊은 한을 가진 ‘서편제 송화로 넓어진 스펙트럼은 그레첸을 통해 명백히 증명된다. 강렬하고 파격적인 연기는 관객들을 확실하게 사로잡는다.
뮤지컬 ‘더 데빌은 오는 11월 2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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