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 재테크 도우미 온비드] "3000만원짜리 의료장비 단 50만원에 얻었죠"
입력 2014-08-21 10:36  | 수정 2014-08-22 18:40

'공매를 입찰 현장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한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2002년 10월 기대 반 우려 반 탄생한 '온비드(www. onbid.co.kr)'. 10여년이 지난 현재 1만4000여 매각기관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온라인 공매 시스템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현재 낙찰 규모(누적)는 30조원(회원수 92만여명)을 넘어섰으며 최근 3년 평균 4조원으로 확대 추세다. 온비드를 통해 거래되는 물건은 부동산부터 승용차, 트럭, 의료기기, 사무용품, 시계를 비롯해 심지어 동물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으로 통한다. 특히, 감정가 대비 낮은 가격에 낙찰 기회가 많아 입소문을 타고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온비드에 울고 웃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본다.[편집자주]
"2012년 7월이었지요. 병원에 있는 방사선촬영장비의 자동현상기가 고장 났습니다. 자동현상기는 방사선촬영장비로 촬영한 엑스레이필름을 자동으로 현상해주는 장비를 말하는데요, 2001년 병원 개원 당시 1000만원을 들여 구입한 고가의 장비였습니다. 다행히 수동현상기가 여분으로 있어 환자진료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방사선 실장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동현상기로 현상을 하려면 암실에서 고약한 현상액과 정착액의 냄새를 맡으며 15분 이상 수작업을 매번 해야 하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작은 개인의원을 하는 김호진(가명·50) 씨가 온비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14년 전 병원 개원 당시 1000만원 정도였던 자동현상기는 가격이 뛰어 2000만원대에 형성이 돼 있었다. 단순히 엑스레이필름을 현상만 해주는 현상기를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입하기에 부담이 상당했던 김씨는 이런 이유로 중고 현상기를 찾게 됐지만 쉽지 않았다.
"자동현상기는 현상액과 정착액을 이용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침전물이 많이 생기는 만큼 평소 관리가 철저해야 돼요. 그런데 관리가 잘된 중고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런 이유로 고민하던 중에 학교전산망구축관련 일에 종사하는 동생이 온비드를 이용해보라는 조언을 넌지시 해줬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온비드에서 자동현상기를 찾을 수 없었지만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을 갖고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해보기로 하고 남해안 한 리조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어느 날. 김씨는 메일 확인 차 PC를 이용하다 우연히 온비드에 올라온 자동현상기를 발견했다.
"충청남도 소재 한 의료원에서 자동현상기를 물건등록 해놓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대학병원급에서나 사용하는 신품가 3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자동현상기였어요"
흥분된 마음에 김씨는 즉시 온비드 고객지원센터에 이용방법을 문의하고 입찰할 준비를 진행했다. 입찰집행기관인 의료원에 유선으로 자동현상기의 상태도 문의했다.

"모처럼 만의 휴가였지만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그날은 하루 종일 이 일에만 매달리면서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가족들은 다소 불만이었지만 저는 한껏 기대에 부푼 하루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휴가를 다녀오고 드디어 기다리던 개찰일이 됐다. 김씨는 다소 떨리고 흥분된 마음으로 온비드에 로그인해 '나의 입찰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너무나도 기뻤다. 빨간 글자의 낙찰을 확인한 것.
"취득금액 3090만원인 장비를 3명의 입찰경쟁자와 겨뤄 입찰금액 55만9500원, 감정가격대비 낙찰가율 111.9%로 낙찰의 영광을 누리게 됐습니다"
이제 그 환희의 순간도 2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도 병원에서 자동현상기를 볼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행복한 생각에 잠시 푹 빠져본다"는 김씨는 낙찰 후에 부모님과 함께 여행 삼아 병원 구급차를 몰고 의료원에 갔던 일, 현상기가 너무 무거워서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순박하고 인정 많은 5~6명의 의료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로 상차했던 순간, 병원으로 운반한 후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반나절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내·외부를 깨끗하게 닦았던 추억, 병원에 설치하고 제일 처음 방사선필름을 현상했을 때의 가슴 벅찼던 순간 등, 온비드 덕분에 지난 2년 동안 간직해오고 있는 행복한 기억들을 이렇게 떠올렸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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