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회의서 `샤오미 경계령`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샤오미 경계령'이 발동됐다.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을 앞지른 기업이다.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가치혁신과 지속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에서 '샤오미'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분히 샤오미를 겨냥한 삼성의 위기의식을 고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 교수는 범선과 증기선, 코닥의 사례를 들어 "지금은 기술도 앞서 있고 시장을 호령하고 있을지라도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안주해 있으면 금새 그 지위를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잊혀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800년대 초 증기선이 최초로 나왔을 때 크기도 작고 동력도 떨어져 상당기간 내륙운송에만 이용됐기 때문에 범선 제조회사들은 증기선을 굉장히 열등한 기술로 취급했는데 1900년대에는 범선이 지배하던 해양운송 분야까지 잠식해 범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또 아날로그 필름 제조사였던 코닥을 지목하면서 필름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했고 디지털카메라 기술도 있었지만 디지털기술을 당장 열등한 비즈니스로 치부해 등한시하는 사이에 예상치 못했던 소니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코닥은 아날로그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디지털과 조화를 통한 부가서비스만을 고집하다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됐다"고 지적했다.
범선과 코닥의 사례는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샤오미의 기술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이준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강의는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회사, 기술, 비즈니스들을 선도기업이 새로운 시각으로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에서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를 누르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분기 18.3%에서 2분기 12.2%로 6.1%포인트 하락했다.
[이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