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실종자 가족 여러분의 희망을 위해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편지와 묵주가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전달됐다.
이날 교황을 대리해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교황께서 주교들에게 지역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가 돼달라며 누구도 이 희망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셨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영문으로 편지를 작성해 한글 번역을 거친 뒤 자필서명을 넣어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가족들을 위한 묵주에는 교황 문장이새겨져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는 "교황님께서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라고 하신 후 그 자리에서 깨알같은 글씨로 쓰시면서 제 손을 꼭 잡으시고는 '바로 내가 손잡은 것처럼 실종자 가족들 손을 꼭 잡고 나의 마음을 전해달라'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교가 교황의 편지를 대독하며 실종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이들이 모두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일부 가족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26일째 매일 반복되는 희망과 고통 속에 살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소외된 곳에 임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교황이 자신들을 잊지 않은 데 대해 위로를 받았고 한가닥 희망도 얻은 것처럼 보였다.
단원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45)씨는 "이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게 해주셔서 깊이 감사 드린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씨는 "저희의 모든 것이었던 가족을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 아직 수색하지 못한 구역을 속히 진행해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정부 부처에서도 교황님께서 전한 말씀을 마음에 새겨주시고 수색에 모든 힘을 다해주시길 간절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편지 전달 자리에는 실종자 가족들과 사고수습 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세월호 유가족 단식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씨,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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