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방금 누구랑 통화했지?"…건망증, 어찌 하오리까!
입력 2014-08-18 13:53  | 수정 2014-08-18 14:08

아인슈타인이 기차여행을 하는 도중 승무원이 차표 검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차표를 찾을 수 없어 진땀을 흘리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방을 뒤졌다. 그때 승무원이 아인슈타인을 알아보고 차표는 안 보여줘도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계속 표를 찾았다. 역무원이 표는 안 보여줘도 된다고 재차 말하자, 아인슈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차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를 가려는지 알 수 있단 말이오!"
천재 물리학자였지만 건망증이 심했던 아인슈타인 일화는 건망증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사례다.
위 사례가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건망증으로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핸드폰 찾아 삼만리는 애교. 때론 통화를 하면서도 그 핸드폰을 찾고 있다든지, 업무상 중요한 유선통화를 하고 방금 끊었는데 누구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조차 생각나질 않을 때가 있다.
M그룹에 다니는 김모 차장도 최근 일어난 일을 생각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 차장은 평소 방에 들어 섰다가도 "여기에 왜 왔더라?"생각이 안나는가 하면 지갑을 많게는 한달에 2~3번도 분실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중요한 계약 건이라 관련 사항들을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회사를 나왔다.
예전에 시내에서 차가 막혀 계약을 놓칠뻔 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나름의 조치였다.
하지만 김 차장이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것 같았던 승용차는 주차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기억은 더욱 더 깜깜해져만 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 차장에게 그분(?),'건망증'이 찾아 온 것이다.
그는 깊은 호흡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 차근차근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한번 잃어버린 기억은 좀처럼 되살아 나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해 올 즈음 김차장은 특단의 조치를 강행키로 했다. 그것은 바로 회사 주차장 CCTV를 모조리 체크하는 것이었다.
김 차장은 "유독 신경을 많이 집중한 날의 경우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건망증으로 머릿속이 깜깜해질 땐 공포감 마저 든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S그룹에 다니는 이모 과장은 미국 출장을 위해 새벽 1시에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날이 밝음과 함께 인천공항이 멀리 서 보이던 찰나.
갑자기 드는 이 불길한 생각의 정체는…
아뿔사! 여권을 집에 놓고 온 것이 아닌가.
이 과장은 다시 대구에 내려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더욱이 이 일로 부장에게 야단을 맞을 생각을 하니 멘붕,그 자체였다.
결국 이과장은 한국~미국 비행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보낸 뒤에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속칭 '상남자'로 통하는 정모 과장은 요즘 아내에게 구박을 받고 있다.
지난주 혼자 공주 소재 명상센터로 3박4일 여름휴가를 떠난 그는 명상을 정말 제대로(?) 하고 돌아왔다.
짐정리를 하다가 핸드폰 밧데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 충전기를 가방에 넣으려다'깜빡'하는 바람에 충천기 대신 연결잭만 챙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 이로 인해 정 과장은 3박4일 동안 집에서 온 수십통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집 떠나기전 아내에게 "이번 명상기간 동안 '묵언'을 할테다. 그러니까 집에 전화도 안하겠다"고 농담삼아 한 말이 현실화된 것. 문제는 그가 6개월에 한번씩 바꾸는 현관 비밀번호를 떠나는 전날 바꾼터라, 아내는 그 비밀번호를 모르고 출근했다.
퇴근한 아내는 정과장에게 애타게 수십통의 전화를 해댔지만 핸드폰은 무심히 꺼져 있었다.
명상을 마치고 돌아온 정 과장은 집에 아무도 없어 의아한 생각에 몇 사람에게 수소문 하니 그간의 웃지 못할 해퍼닝을 뒤늦게 알게 됐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을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명상센터에서 찾았던 평정심은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렸다.
◇ 돌아서면'깜박'…건망증의 실체는 = 건망증은 치매와는 구분되는 하나의 증상이다.
정상적인 건망증은 나이가 듦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망증이 기억의 일부분을 잊어버리는 것이라면 치매는 일어난 일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치매는 또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자각이 없기 때문에 건망증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오히려 치매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 같은 건망증은 정보처리를 하는 뇌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건망증이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결핍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으나 아직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 집나간 기억, 어찌 하오리까 = 건망증이 심해 크고 작은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이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건망증을 더 악화시킨다. 기억에 집착하지 말고 뇌에 휴식을 준다면 건망증은 개선된다.
건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운동은 스트레스로 인해 더 해로울 수 있으니 주의하자.
골프는 자연속에서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좋은 운동일 수 있다. 그러나 골프 스코어로 내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건망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또 대개 화투놀이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속설이 있으나 거의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뇌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화투는 단순히 그림 맞추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돈이라도 걸리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져 더 안좋다는 분석이다.
이 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산책하는 게 효과적이다.
맑은 공기와 함께 울퉁불퉁한 지면을 걸으면서 쓰는 뇌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인지력을 활용, 뇌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뇌 전원을 내리는 것(?)'이다.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끊기면 전원을 내리는 것 처럼 말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업무량으로 과로하면 잠잘 시간이 줄어 뇌가 지치는데 이럴 때 수면은 '특효약'이다.
휴식 시간에 즐기는 차 한잔도 효과적이다. 본초강목에서는 국화차와 연잎차를 권한다.
국화차는 긴장을 완화시키며 머리를 맑게 하고, 연잎차는 심신을 편안하게 해 건망증의 원인이 되는 우울증을 경감시켜 주면서 레시틴 성분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국화차나 연잎차를 마시면서'먼 산 보기'를 해보세요. 먼 곳을 바라보면 생각이 없어지는 데 이 또한 좋은 휴식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팁> 건망증 예방을 위한 10가지 제언
▲마우스나 식사, 칫솔질 등을 평소와 다른 손으로 해보기
▲한번에 한가지 일에만 집중
▲뒤로 걷기
▲기억을 되짚는 훈련과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용치 않는 어휘구사
▲음악을 틀어 놓고 아로마 요법이나 명상 즐기기
▲눈을 감고 손을 씻거나 옷 입기
▲평소 다니지 않는 길로 출·퇴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몸속 활성산소를 제거해 뇌손상 예방
▲모양과 색깔, 촉각 등 이미지로 기억하기
▲전화번호나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 등을 의도적으로 외운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