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비쌀수록 잘나간다" 高價株 이름값
입력 2014-08-17 17:03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이른바 황제 고가주(高價株)가 하반기 증시 '별'로 떠올랐다. 개인보다는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실적과 지배구조 개선 등 기대감을 근거로 이들 주식에 대한 매집에 나서면서 아모레퍼시픽 등 중심으로 신고가 기록을 쓰고 있다. 주가가 높아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물량을 잡으려는 투자자들을 애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당 가격 100만원이 넘는 종목 6개 가운데 5개가 7월 1일 이후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이 36.14% 올라 205만7000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롯데칠성(18.83%), 영풍(18.6%), 롯데제과(8.73%), 태광산업(5.11%)이 오름세를 보였다. 롯데칠성(209만5000원)과 롯데제과(210만5000원)는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주당 가격 200만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내림세를 보인 고가 종목은 삼성전자(-3.74%)가 유일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주당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물량이 적다보니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적은 물량이 오히려 주가를 올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100만원을 밑돌았던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무서운 상승세로 지난 13일 상장 이후 처음 200만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연초 44위에서 17위로 껑충 뛰었다.

주가가 오른 데는 지난해 주춤했던 실적이 올 들어 상승일로로 돌아섰다는 점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실적 호조를 두고 증시 전체 국면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송동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68%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보다 37% 높은 수준"이라면서 "모멘텀이 절실한 증시에 영웅이 탄생한 것으로 투자 시점을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주요 계열사인 롯데칠성은 맥주 신제품 출시가, 롯데제과는 지배구조 핵심축에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매집에 나섰다.
롯데칠성이 새롭게 내놓은 '클라우드'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입산 중심으로 형성된 관련 맥주 시장을 잠식해 간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롯데그룹의 대거 지분 이동과 관련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진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특히 롯데제과 주식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제관계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꾸준히 매집해왔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가진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지배구조 정리 이후 유동성을 늘리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업설명(IR)에 적극적이지 않은 영풍과 태광산업도 알짜 계열사와 비교적 꾸준한 실적이 무거운 주가 수준을 더욱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은 본업인 제련업과 자회사 고려아연의 꾸준한 성장세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요인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부터 오너 일가 비리 수사가 진행된 태광산업은 기업 투명성 제고와 유선방송(SO)ㆍ금융업 등 알짜 자회사 가치가 부각받으면서 다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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