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축협, "손흥민 토너먼트만"…레버쿠젠에 읍소
입력 2014-08-13 10:11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차출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최종 엔트리 발표를 하루 앞두고 손흥민(22·레버쿠젠)의 차출 여부가 불투명하다.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차출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대한축구협회로 보냈다. 지난달 레버쿠젠의 방한에 맞춰 손흥민의 차출 협조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답은 ‘No였다.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인천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대회가 아니다. 소속팀이 의무적으로 차출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소속팀의 승낙이 없다면, 선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손흥민과 대한축구협회 모두 레버쿠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1000만유로)를 경신하며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주전 공격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10골로 키슬링(15골)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축구 종목은 오는 9월 14일부터 시작한다. 결승은 10월 2일 열린다. 이에 앞서 아시안게임대표팀은 9월 1일부터 소집한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상 아시안게임은 개막 2주 전부터 소집 가능하다.
1달 넘게 주축 선수를 내보내야 하는 건 레버쿠젠 입장에서도 ‘손해다. 분데스리가의 새 시즌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데다 DFB 포칼, 유럽클럽대항전 등 일정이 타이트하다.
레버쿠젠은 오는 20일과 28일 코펜하겐(덴마크)과 2014-1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코펜하겐에 밀려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 해도 UEFA 유로파리그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레버쿠젠은 우승트로피에 목이 마른 팀이다.
손흥민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면 좋지만 100% 확신할 수 없다. 한국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동안 우승은 커녕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레버쿠젠으로선 22세 손흥민의 병역을 벌써부터 고민할 입장이 아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조별리그가 아닌 토너먼트부터 손흥민의 합류를 희망하는 뜻을 레버쿠젠에 재차 전달했다. 16강부터 결승까지 총 4경기만 뛸 경우, 손흥민의 합류 기간은 보름 넘게 대폭 줄어든다. 다소 ‘기형적인 소집이나 그만큼 손흥민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입증한 셈.

대한축구협회는 12년 전 ‘설득에 성공한 적이 있다. 박지성을 차출하기 위해 당시 소속팀인 교토를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은 조별리그를 건너뛰고 토너먼트(8강)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12년 전과 같은 설득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교토와 레버쿠젠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 한국과 독일의 이동거리부터 차이가 크다. 긴밀한 협조 관계 및 아시안게임에 대한 이해 문제 등에서도 일본과 독일은 다르다.
또한, 당시 승격팀인 교토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리고 잔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우승권의 팀이다. 선수층도 두꺼운 편이 아니다. 레버쿠젠은 지난달 손흥민의 인천아시안게임 출전과 관련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꼬인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12년 전과 같이 대한축구협회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까. 그러나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