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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철저’ 수원, ‘악연’ 포항 박살냈다
입력 2014-08-03 20:54 
수원은 3일 포항을 4-1로 꺾었다. 2010년 4월 11일 이후 4년 4개월 만에 포항을 이겼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수원 선수대기실에는 작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오늘! 우리는 포항을 박살낸다! 포항과의 악연을 끊고자 하는 수원의 필승 의지가 묻어나는 문구였다.
수원은 포항에 절대적으로 약했다. 지난 2012년 7월 1일 0-5로 대패한 뒤 8경기에서 1무 7패를 기록했다. 시쳇말로 수원은 포항의 ‘밥이었다. 그 지긋지긋한 악연에 시달렸던 수원은 어느 때보다 포항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지난달 25일 K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K리그의 감독과 코치로 나란히 벤치에 앉았던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다부진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선전포고였다.
준비도 철저히 했다.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수중전이 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서 그라운드에 흠뻑 물을 적시고 훈련을 실시했다. 서정원 감독은 1주일 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서울과의 슈퍼매치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선수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포항전 징크스에 시달려도 자신은 넘친다는 수원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최근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사실상 우리가 다 잡은 경기였다. 못 이겼으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포항도 자신하겠지만 우리가 더 자신만만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출발은 좋았다. 경기 시작 44초 만에 포항의 골문을 열었다. 로저의 재치있는 패스를 받은 산토스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은 포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밀리지 않았다. 산토스를 중심으로 예리한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포항 사냥은 쉽지 않았다. 전반 40분과 전반 42분 산토스의 잇단 슈팅이 모두 골키퍼 김다솔의 선방에 막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원은 꼬이기 시작했다. 축구는 변수 많은 스포츠다”라는 서정원 감독은 발언대로 경기 내내 내린 비가 변수였다. 전반 25분 포항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는데 수원으로선 허탈했다. 황지수의 평범한 중거리 슈팅을 로저가 빗물 탓에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정성룡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 선수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경기가 안 풀리는가 싶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포항을 두들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포항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15분 산토스가 빠른 상황 판단과 강력한 슈팅으로 김다솔의 거미손을 다시 한 번 뚫었다.
그 동안 수원을 울렸던 뒷심 부족도 없었다. 수원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포항을 압박하면서 반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후반 36분 고무열에게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내줬지만 골키퍼 정성룡의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넘겼다.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수원은 후반 41분 로저와 후반 47분 권창훈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쐐기골이 터지자, 서정원 감독은 장댓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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