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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언급’ 없는 오마주, 표절과 뭐가 다른가
입력 2014-08-01 15:01 
[MBN스타 박정선 기자] 가요계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 중 하나는 바로 표절이다. 최근에는 오마주(Hommage)라는 말로 표절의 그늘에서 교묘히 벗어나려는 가수, 혹은 제작자들의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사전적 의미의 오마주는 존경, 경의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오마주는 영화에서 사용된다. 거장의 영화에서 일부 장면을 후배 감독이 차용,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자신의 영화 속에 담아내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오마주는 대중음악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악 스타일을 차용해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는 것이다. 이승환의 10집 수록곡 ‘리즌(reason)은 세계적인 밴드 비틀즈를 떠오르게 하며, 크러쉬는 첫 정규앨범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의 ‘헤이 베이비(Hey Baby)를 통해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했다.


오마주 사실을 처음부터 공표하며 존경하는 뮤지션에 대한 예우를 갖춘 이들과 달리 최근 사전 언급 없는, 심지어 원곡자와 사전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막무가내식 오마주 곡들이 발표되며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지난달 28일 미니앨범 3집 ‘에이 토크(A Talk)를 발매한 현아는 수록곡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오마주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곡은 그룹 비투비 임현식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가사 일부가 그룹 지오디(god)의 ‘반대가 끌리는 이유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아의 신곡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가사에는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이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가 지오디(god) ‘반대가 끌리는 이유의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그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그게라는 한 단어를 제외하고 모두 같아 논란이 됐다.

이에 임현식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사에 지오디 선배님 컴백 축하와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했다”며 현아, 현식이가 지오디 팬이란걸 티내고 싶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오디 멤버 김태우는 지난달 31일 가수 현아의 작곡·작사자 비투비 임현식 군이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전 협의나 어떠한 양해 없이 뒤늦게 소식을 접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결국 현아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1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아의 세 번째 미니음반 수록곡 중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오마주 건과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에 거듭 사과말씀 전해드리며, 1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한 해당 곡 ‘어디부터 어디까지에 대한 온라인 음원 서비스 일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향후 추가 제작되는 현아의 음반에서도 본 음원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30일 첫 솔로 ‘나이스 바디(NICE BODY)를 발표한 효민 역시 오마주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앨범의 수록곡이자 효민의 자작곡인 ‘담은 블락비 지코의 믹스테이프 가사와 비슷하다며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이에 대한 표절 논란이 계속되자 효민의 소속사는 사전에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코도 자신의 트위터에 제 믹스테이프의 몇 구절을 오마주하고 싶다고 해서 사전 동의 후 작업이 진행된 건 사실입니다.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미리 공지 드리지 못한 점 저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효민은 타이틀곡 ‘나이스 바디 티저 영상에서 미국 팝스타 로빈 씨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 뮤직비디오와 거의 유사한 장면이 나온 것을 두고 또 한 번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대해 효민의 소속사는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나이스 바디를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장면들을 찾다가 로빈 시크의 뮤직비디오를 봤다. 워낙 유명하고, 누가 봐도 알 법한 것으로 패러디해야 할 것 같아 그 장면을 패러디했다”면서 의상까지 똑같이 맞춰 티저 영상용으로 오마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상이 누가 됐든 원작자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제작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사전에 이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원작자를 존경해서 오마주를 했다면 사전에 그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특히 효민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사 크레딧에 본인의 이름을 올리고, 논란이 불거지자 오마주라는 표현을 써 뒤늦게 피하려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된 사례다.

이 같은 원작자에 대한 사전 언급 없는 오마주 논란에 한 가요 관계자는 이런 사례야 말로 ‘비겁한 변명이다. 오마주하는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오마주를 할 경우 앨범 북클립 크레딧이나 작사·작곡 표기 옆에 언급해주는 것이 뮤지션들의 당연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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