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위기의 우리 회사` 무능력한 상사, 책임은 떠밀고…
입력 2014-07-30 13:49  | 수정 2014-07-31 14:08

IT 회사를 다니는 정 과장은 몇 달 전 사건을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후배 직원인 A대리의 실수로 세금계산서가 잘못 처리돼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일이 있었는데 팀 감사를 받던 중 폭탄이 애매한 곳에서 터졌다.
해외 유명 MBA를 다녀와 작년 말 팀에 합류한 실장이 감사팀 질문에 모르쇠로 책임을 회피한 것.
"제가 이 팀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계약서 작성은 정 과장이 주도로 했고 MBA 후 바로 팀장으로 입사하다보니 실무적인 내용을 자세히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최종 결제를 한 것은 실장이었으나 오리발 전략 덕분에 결국 정 과장이 책임을 지고 감봉 3개월 처분을 받게 됐다.

중요한 제안서의 입찰을 준비하게 된 김 차장. 5명이 TF 팀을 꾸려 거의 1달간 전략과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며 야근 행진을 이어갔다. 제안서가 80% 정도 완성됐을 무렵 임원들에게 리뷰를 받는 자리가 마련됐고 김 차장은 자신감을 가지고 전체 콘셉트와 전략을 설명했다.
근데 한 임원이 발표 중간에 '전략적이지 못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피드백을 받으려고 "어떤 방향으로 수정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건 자네가 찾아봐야지. 제안서는 전략이 가장 중요한 건데…"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울분을 삭여야 했다.
직장생활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리더, 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과, 팀 분위기, 역량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를 겪고 있는 조직일수록 위기 극복을 위해 리더의 존재와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리더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된다.
최근 불고 있는 이순신 장군 신드롬도 진정한 리더를 갈망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역사소설 '칼의 노래'에 이어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까지. 해당 작품 속에 담겨진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직장인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패배감 가득한 수군과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싸워야만 했다. 질 것이 뻔한 싸움이라고 생각해 모두가 두려움에 질려 나서길 거부하자, 이순신 장군은 대장선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며 왜군을 무찌른다. 결국 대장선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용기를 얻어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심지어 전쟁을 보고 있던 민초들까지 어선을 타고 전쟁에 가담해 대장선을 구해내는 전과를 세운다.
이순신 장군이 빛나는 이유는 비단 솔선수범 때문만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열세인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울돌목의 물살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출격해야 하는 시기, 장소, 치고 빠지는 전술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며 불가능에 가까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순신 장군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전략가이며 실행가였던 셈.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 장군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지키고 백성은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전쟁에 임했다"며 "기업과 공직의 리더들도 같아야 한다. 사적인 가치나 목표 달성 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순신 장군은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목숨을 걸고 전념했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공(업적)을 다투지 않았다"며 "리더라면 공을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함께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이어 "남의 힘에 의존해서 성공하면 그 성공은 본인의 것이 아니다. 의존한 사람의 것이 된다"며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강한 신념과 의지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 위기에 빠진 우리 회사를 구해낼 이순신 장군 같은 리더 어디 없나요.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