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을 빛을 활용해 세포의 이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의 이동은 질병과 같은 여러 생명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연구는 향후 신약개발, 암 전이 연구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원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그룹리더와 같은 그룹의 김누리 기술원, 김진만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세포 내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1)'를 원격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란 세포의 생존과 발달, 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FGFR1은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에 붙어 있는 또 다른 단백질로 세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세포 외부의 물질을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명현상 들은 FGFR1을 통해 이뤄진다. 세포가 외부에서 오는 물질을 받아들이거나 막고, 이동하면서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반대로 균과 바이러스 등을 퇴치하기도 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은 이처럼 세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진은 FGFR1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붙여준 뒤 빛을 한번 조사하면 세포내 신호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지속적으로 빛을 조사하면 세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 FGFR1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허원도 그룹리더는 "현재 다양한 동물에서 빛을 이용한 FGFR1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다"며 "질병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초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셀'의 자매지인 '화학과 생물학' 저널 7월호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에 게재됨은 물론 '시사평'에 소개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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