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울고 웃게 한 추억의 코스닥] ③ 엑스로드 "아이나비와 1위 다퉜는데…" 벤처신화에서 퇴출까지
입력 2014-07-25 10:35  | 수정 2014-07-25 11:18

[울고 웃게 한 추억의 코스닥] - ③ 엑스로드
"너무 성급했고 불안요소가 많았다. 자체 맵이 없어 아이나비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뒤따라 3D(3차원) 맵을 제작했고 해외 시장 진출도 시기가 안좋았다."
상장폐지된지 4년이 지났지만 엑스로드 출신인 A씨는 착찹함을 감추지 못했다.
엑스로드(구 카포인트)는 벤처의 희망이었다. 학내 벤처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설립 4년 만인 2004년 66억원, 2005년 375억원, 2006년 770억원, 2007년 92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지오텔과 합병해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엔 내비게이션 업체 1000곳이 난립했어도 소비자들은 한결 같이 아이나비와 엑스로드만 찾았다. 내비게이션 관련 특허도 여럿 가지고 있었고 발빠른 대응과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어서 사실상 이 두 업체가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를 주도한 것이다.
여기저기 러브콜이 들어오기도 했다. 크레딧스위스(CS)가 800만 달러 규모의 엑스로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는가 하면 KTF(현 KT)는 엑스로드 지분을 8.54%까지 늘리기도 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으로 국내에선 1위인 아이나비를 턱 밑까지 쫓아갔고 해외 수출 실적은 엑스로드가 더 많았다. 조만간 업계 1위도 달성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정체돼 있는 국내 시장 외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화근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엑스로드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엑스로드는 내비게이션이란 단일 수익원 하나로 회사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자연스럽게 중소형 제조사들이 난립하는 국내 보다 더 넓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 시장은 연간 1500만~20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시장이었다.
하지만 넓은 미국 땅을 모두 안내할 수 있는 맵(map)이 없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은 뛰어났지만 소프트웨어가 없으니 성과는 미비했고 자금만 끊임없이 투입돼야 했다. 일본 시장 역시 일본 자국제품에 밀려 고전을 면치못했다.
이어 아이나비를 따라 3차원 전자지도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에 집중하며 중국 저가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2008년 엑스로드의 영업손실은 156억원에 달했다. 매출액도 전년대비 42.5% 줄어든 532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236억원을 기록해 자본 전액잠식 상태에 빠졌다.
엑스로드는 자금압박이 커지면서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연명하는 처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시장에서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사채업자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계속되는 위기 끝에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운영하던 기업과 합병한 뒤 수익성이 높은 전자지도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회계감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 받아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나비는 프리미엄군에 이어 중국산 제품에 맞대응하는 저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대응하며 살아남았지만 엑스로드는 애매한 전략을 취하면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엑스로드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도소매상 마진을 줄이자 시장 유통도 원활하지 못했다"며 "스마트폰의 등장,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 해외 진출 부진, 유통 채널 부족 등 다양한 불안요소가 한 번에 몰리면서 결국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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