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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독’보다 더 강했던 서울의 ‘독’
입력 2014-07-23 21:26 
서울은 몰리나(오른쪽)와 에스쿠데로(왼쪽)의 연속골에 힘입어 상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지난 주말 치욕스런 대패(전북전 0-6)를 한 상주는 분위기가 침체됐다. 3일이 지났으나 참패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은 개망신이 따로 없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패까지 당해 상주의 흐름은 분명 꺾였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서울이 상주보다 유리한 건 홈 개최권, 하나 뿐이다. K리그에는 약팀도 강팀도 없다”라며 상주의 군인정신보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이 느끼기에, 상주의 전북전 대패가 서울에겐 독이었다. 상주 선수들이 이를 갈고 독을 품고 나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국군체육부대 부대장이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것도 상주 선수들의 투지를 더욱 불사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반 30분까지는 우리가 상당히 고전할 것 같다”라던 최용수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서울은 상주의 수비를 뚫는데 애를 먹었다. 상주의 빠른 역습에 슈팅도 적잖이 허용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 예상을 넘어 상주의 ‘독성이 매우 강했다.
전반 30분을 넘어도 서울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패스 미스 등 공격 흐름은 자주 끊겼다. 전반 45분 동안 슈팅은 겨우 2개였다.
전반 42분에는 상주의 왼쪽 수비수 유지훈이 거친 파울로 퇴장했다. 11-10의 수적 우세를 잡은 서울에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퇴장은 상주 선수들을 자극했다. 더욱 단단히 독을 품고 맞섰다. 수비에 보다 치중하면서 가뜩이나 뚫기 어렵던 뒷문이 단단해졌다.
서울의 잇단 슈팅도 무위에 그쳤다. 후반 2분 김주영의 터닝 슈팅과 후반 6분 몰리나의 중거리 슈팅 모두 골키퍼 김민식의 거미손에 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만 갔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은 상주의 카운터어택에 당했다. 후반 12분 오스마르가 하프라인에서 볼을 뺏겼고 이근호의 패스를 받은 이승현이 강한 슈팅으로 서울의 골문을 열었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던 서울로선 제대로 얻어맞았다.
그런데 이승현의 골이 오히려 경기 흐름을 뒤바꿨다. 서울에게는 강한 자극제가 됐다. 궁지에 몰리니 서울 선수들의 잠들었던 투지가 꿈틀거렸다. 상주보다 더 독해졌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뛰었다. 몸을 사리지 않은 군인정신보다 더 빛나고 강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또 한 편의 서울극장을 선보였다. 후반 24분 몰리나가 프리킥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후반 36분 에스쿠데로가 감각적인 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뭔가 꼬이고 안 풀릴 것 같던 흐름이 확 바뀌었다. 자극이 주어지니, 상주의 독보다 서울의 독이 더 강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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