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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사라진 근성, 왕조의 몰락은 `人災`다
입력 2014-07-21 15:01  | 수정 2014-07-21 15:21
SK 왕조의 몰락은 인재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SK왕조가 무너졌다. 원인은 '인재(人災)'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찬란한 SK왕조의 시대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 전반기 성적은 34승49패. 9개 팀 중 8위의 성적이다. 낯설어도 너무 낯선 순위표.
2000년대 후반 당시의 페이스와 비교하면 뒤처진 정도가 심각하다. SK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으로 40승에 선착한 팀이었다. 2007년에는 그 해 6월30일, 2008년 6월11일, 2009년에는 6월23일, 2010년 6월11일 각각 40승을 달성했다. 올해는 4년 평균 시기의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35승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원인은 구조적으로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분명한 것은 SK의 몰락의 원인이 인재로 발생한 결과라는 점이다.
▲ 실종된 리더, 위기관리 능력은 어디에?
전반기 SK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년간 SK의 중심 선발이었던 윤희상이 두 차례의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가 부진한 투구 끝에 퇴출됐다. 후반기 마무리로 전환하는 로스 울프와 함께 이들 둘이 올린 승수는 단 2승. 사실상 외인 투수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야수쪽은 더 심각했다. 주전 유격수 박진만과 3루수의 주인이자 중심타자인 최정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외인 타자 루크 스캇은 33경기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항명 파동 끝에 퇴출됐다. 거기에 6월 중순 주전 마무리 박희수가 어깨 염증으로 빠지면서 SK는 투-타에서 심각한 전력 공백에 시달렸다.
팀의 기둥이 빠져나간 위기. 컨트롤 타워이자 리더가 되어야할 이들의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만수 감독의 대안들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난관을 해결해나갈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팀을 하나로 모으는 융화력이나 카리스마, 지도력도 없었다. 오히려 스캇의 항명 사례에서 보듯이 선수단 장악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타의식에 젖어있었으며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던 스캇이지만, 그런 ‘골칫덩어리들을 보듬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이 감독이 선수단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공통된 평가.
올해 SK를 상대하는 팀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예전의 SK가 아니다. 끈기나 투지, 강력함이 사라졌다는 반응. 시즌 초반에 비해 6월 연패 당시 SK의 조직력의 밀도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많은 예비 FA 선수들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개인으로 조각난 SK의 조직력의 1차적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지만 수장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 마구잡이식 운용, 원칙과 임기응변은 있나?
선수단 구성의 변화, 전략, 전술 면에서도 우왕좌왕 했다. 올해 SK는 10명의 투수가 선발로 나섰고, 선발 붕괴 이후 여건욱, 백인식, 박민호 카드를 썼다. 부진한 레이예스를 지지부진 끌고 갔고, 여건욱과 백인식이 보여준 모습이 기대치에 미달했음에도 재차 실패를 반복했다.
신인 선발을 쓰기 힘든 여건이었다고 할지라도 올해 전반기 막바지에야 박민호 카드로 뒤늦게 새 피를 수혈한 부분도 이 감독과 SK 코칭스태프들의 전술 경직성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SK의 작전 능력은 여전했다. 팀 도루 100개로 1위에 올랐으며 베테랑 선수들의 수행능력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들이 득점 생산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리그 하위권 수준의 득점력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작전들이 시기적절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여지가 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마운드 운용이다. 내부의 사정을 배제한 채 감독의 고유권한인 선수 기용이나 교체 타이밍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박정배가 어깨부상으로 공을 던지기 힘든 몸 상태였다는 것이 전반 막바지 밝혀졌듯 그 속사정은 외부의 인물들은 쉽게 알 기 힘들다. 팀들 역시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거나 낱낱이 밝히기 어렵고, 그것은 내부에서 지켜져야 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올해 SK 구원투수들의 고난과 혼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올해 SK는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288이닝을 소화했다. 여기만 놓고 보면 혹사와는 거리가 있지만 체계적이지 않은 기용이 문제였다. SK 구원진은 가장 많은 275경기에 출전했는데, 보직의 구분이 따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몇 점 차 리드 시 어떤 선수의 등판이 확실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소수의 투수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마운드에 오르면서 부담이 컸다. 진해수는 SK의 83경기 중 무려 50경기, 박정배는 43경기, 윤길현이 37경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결과는 리그 최다 타이인 25번의 역전패로 좋지 않았다.
▲ 프런트 야구, 현장의 엇박자, 선수층만 얇아졌다
SK불펜의 올해 고난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2시즌 종료 후 정우람이 군입대를 한 이후 새로운 필승조를 단단하게 구축하지 못했고, 그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실패 한 것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박희수는 첫 마무리 시즌이었으며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팀의 사정상 이른 시기에 복귀한 이후 구위가 상당히 떨어졌다. 결국 박희수는 올해 재부상을 당했다. 박희수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시즌 초 이 감독은 김광현 마무리 카드를 고심하는 등의 변화를 생각했다.
거기에 지난해 셋업맨이었던 박정배는 부상경력이 있었던 투수인데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갑작스럽게 많은 공을 던졌다. 결국 그를 대체할 선수를 키워내지 못했기에 올해 박희수의 이탈과 함께 SK의 불펜이 붕괴된 셈이다.
부족한 선수층에 대해서 SK 코칭스태프도 물론 아쉬움은 있다. SK는 2012시즌 후 이호준을 잃은데 이어 2013시즌 후 정근우를 FA로 잃었다. 거기에 지난해 외인 에이스 크리스 세든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SK프런트는 잠잠했다. 2012시즌 후 FA로 조인성과 임경완을 영입했고 지난해는 외부영입을 하지 않았다. 2012시즌 합류한 2명의 FA 선수들은 명백한 실패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올해 잔류시킨 레이예스나 야심차게 데려 온 스캇은 별다른 공헌없이 허무하게 팀을 떠났다.
그간의 왕조 공신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상처가 컸다. 매년 반복됐던 잡음은 다수의 예비 FA선수들이 있었던 지난해 협상 테이블서 폭발했다. 한 선수는 직후 구단의 태도에 모멸감을 느꼈다. FA 때 한 번 두고 보겠다”며 감정의 골을 감추지 않았다. 떠난 이들도 마찬가지. 결국 야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구단에 충성심이 사라진 선수가 과연 위기 시 헌신할 수 있을까?
SK 와이번스에서 프런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다. 현재 큰 틀에서 선수단을 조각하고 있는 것은 프런트인 셈. 올해 실패들의 책임은 결국 프런트에게 있다.
‘선수가 없다고 푸념하기 전에 새로운 얼굴들을 전혀 발굴해내지 못한 SK코칭스태프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흔히 SK가 언제 이렇게 무너졌냐는 이야기들 속에 숨은 함정은, 기량이 떨어진 그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SK는 찬란한 황금기를 보내고 난 이후 이제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팀이었다. 그런데 SK 구단 고위층과 프런트는 이를 오판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SK는 지난 몇 년간 리빌딩에 힘쓰는 팀도, 컨텐더에 도전할만한 팀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누군가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SK의 왕조는 다수의 FA 선수들의 존재 등으로 인해 내년, 골격부터 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화려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왕조를 부활시키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건은 재발 될 수밖에 없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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