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의사결정체인 국회에서 20년 간 소장파 길을 걸어온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새로운 리더십을 시험 받고 있는 가운데 첫 고비를 넘겼다.
민선 6기 첫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는 노조 설득에 성공하면서 원안대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남경필 지사는 17일 민선 6기 첫 조직개편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복지 노동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사회통합부지사(옛 경제부지사)를 설치하고, 소방재난본부에 안전기획관을 신설한다. 소방재난본부와 대변인을 도지사 직속으로 뒀다.
본청 경제투자실(2급)은 북부청으로 이관하고, 열악한 북부지역의 교통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통건설국을 교통국과 건설국으로 분리해 교통 문제를 전담토록 했다.
경기도의회만 설득하면 남 지사의 민선 6기 주요 공약인 '안전'과 '경기 남북부 균형발전' 구상을 실현하는데 탄력이 예상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기도청 공무원 노조가 '일방통행식 불통행정'이라며 조직개편안에 제동을 건 것이 가장 컸다.
15일 예정했던 조직개편안 관련 브리핑 계획을 30여 분 전 취소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남 지사는 16일 오후 노조 위원장 등 직원 대표 30여명을 만났다. 임신 육아 등 고충을 살펴 불편을 줄이고, 장거리 출퇴근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아침엔 전 직원에게 '사랑하는 경기도 공직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써 "앞으로는 여러분의 신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상의하겠다"면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그는 "새로운 조직개편으로 누군가에게 아픈 사연이 생길 수 있다. 절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약속드릴수는 없지만 근무지와 근무부서에 큰 변화가 있는 직원 여러분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직원들을 달랬다.
편지를 읽은 한 공무원은 "단체장의 도정 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는 당연하지만 경기도는 남북으로 분할된 특수한 상황이어서 내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면서 "출산 육아 등 여성의 특수한 고충, 희망 근무지.부서 의견 수렴, 통근버스.숙소 확대 등 실질적인 대책을 언급하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남경필 지사에게 기대되는 리더십은 '현장'과 '소통'이다.
남 지사 스스로 지방선거 운동에서 입이 닳도록 말했고, 공약을 이행하는데 꼭 필요한 정신적 철학 이기도 하다. 초기 행보는 나름 합격점이란 평가다.
노조를 설득해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날(매주 금요일)을 정해 놓고 민원인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도 반응이 좋다.
남 지사는 지난 11일 도청 언제나민원실에서 현영옥씨(수원시 권선구) 등 7명의 민원을 상담해 3건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다.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눈여겨 보는 눈치다.
하지만 남 지사에 대한 리더십 시험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당장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야당인사에 맡겨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전 김문수 지사와 대립각을 세워온 생활임금조례 문제도 과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는 지난 11일 생활임금조례를 직권공포했다.
지난 16일 김문수 전 지사가 대법원에 제기한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결정 신청을 취소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키로 한 만큼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최근 자신의 후원회장을 지낸 홍기헌 전 수원시의장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에 앉혀 '이게 혁신도지사냐'는 비판에 직면한 만큼 산하기관 등 인사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 지사가 중시하고 있는 '열린 행정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세적이고 폐쇄적인 공무원의 마인드 개조가 필수적이다. 예상되는 조직원들의 고강도 반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조직 장악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 수 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