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 들쭉날쭉…주택대출시장 왜곡
입력 2014-07-16 17:42  | 수정 2014-07-16 19:09
금융당국이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개선 대책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금리 왜곡 현상을 심각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기ㆍ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늘리라는 금융당국 지침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단기 대출인 전세와 중도금ㆍ이주비 대출 금리를 대폭 올려 규모를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정금리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해당 금리를 대폭 낮췄던 은행들이 다시 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시장에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16일 "서민들에게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라는 금융당국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장기로 전환이 불가한 전세대출까지 장기로 전환해야 되는 대출로 분류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정금리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전세대출 금리를 높여서라도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장기ㆍ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대출 비율을 올해 20%에 이어 2017년에는 40%까지 늘리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5년 이상 금리 상승폭이 제한된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로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3~5년 미만 고정금리 대출은 일부만 비율로 인정해주고 점차적으로 인정 비율을 축소할 예정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중 2~3년짜리 단기대출 상품인 전세대출과 중도금ㆍ이주비대출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비율을 맞추기에 급급한 은행들은 현재 3.8%대인 전세대출 금리를 4.0~4.5%로 올려 대출 수요를 줄일 계획이다.
서민층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 오히려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금리 부담 가중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로 전환이 안 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세대출에 대해 쿼터제를 둬서 일정 금액 이상은 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들쭉날쭉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올해 초 연 3%대 초반까지 대폭 내렸던 고정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를 두 달이 채 안 돼 0.4%포인트가량 올렸다.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계획한 물량을 다 채웠기 때문이다. 현재 두 은행 고정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대 후반대로 변동금리형보다 0.4%포인트가량 높다.
갑작스러운 금리 변동으로 은행 창구에서 대출자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고객은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해서 은행을 찾았는데 변동금리가 훨씬 싸니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들은 더 이상 '역마진'을 감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올해 말 20%까지 늘리라는 정부 지침 때문에 한시적으로 고정금리 혼합형 대출 금리를 무리하게 낮췄다. 2% 후반대인 금융채 금리와 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는 장사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달 금리가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5년 이상 장기로 고정 금리를 낮게 적용할 수 없다"며 "상반기에 판 물량이면 정부에서 요구한 비중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중단했다"고 말했다.
금리 상한선을 씌운 준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라는 정부 지침에도 은행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것으로 기대됐던 금리 상한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아직 소식이 없다. 하나은행이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은행들은 검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며 "금리 상한선이 1%포인트 수준으로 묶이기 때문에 최저 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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