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지움막서 교황방문 '꽃동네' 일군 '5인의 영웅'…"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
입력 2014-07-09 17:36  | 수정 2014-07-09 17:37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둔 충북 음성 꽃동네가 거지 움막에서 세계 10개 나라에 분원을 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공헌한 '5인의 영웅'을 꼽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꽃동네는 최근 회지(會誌)의 '7월에 드리는 편지'를 통해 꽃동네의 기적을 일군 '영웅'들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영웅은 꽃동네의 상징인 고(故) 최귀동(1990년 사망) 할아버지입니다.

최 할아버지는 일본 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간 뒤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무극천 다리 밑 움막에서 밥을 동냥해 10여명의 걸인을 먹여 살렸습니다.


1976년 무극성당에 부임한 오웅진 신부가 이를 보고 감동해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며 금왕읍 무극리 용담산 밑에서 작은 벽돌집을 지어 걸인 18명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꽃동네의 모태입니다.

최 할아버지는 1986년 2월 '가톨릭 대상'으로 받은 상금 120만원도 "길에서 죽어 가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라"며 기탁해 노인요양원 건설의 씨앗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홍승옥(75) 할아버지는 '맹인'으로 전국으로 다니며 15년간 구걸해 모은 100만원을 자기보다 더 불쌍한 사람 돌보는 데 써달라며 꽃동네에 맡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12억원을 들여 노숙인이 생활하는 요한의 집을 지었습니다.

익명을 고집한 평신도 내외가 33년간 휴지를 팔아 모은 983만원을 자선사업에 써달라며 내놔 심신 장애인 요양원 건설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인자(74) 할머니는 양손을 쓰지 못해 두 발로 밥을 먹고, 발가락으로 십자수를 놓으면서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전신마비 환자를 돌봤습니다. "인내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하지 마라"는 김 할머니의 평소 생활 철학이 장애인학교 설립 정신이 됐습니다.

'반공 포로' 출신인 고 강국남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주민이 먹을 것이라도 주면 그 집 앞 청소를 하는 등 이웃 사랑에 보답해 후원자 단체인 꽃동네 모임의 뿌리를 내리게 했습니다.

꽃동네 관계자는 "지금의 꽃동네가 있기까지 사랑을 실천한 많은 사람이 모두 영웅"이라며 "교황님도 꽃동네의 영웅들을 보시려고 방문하시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음성 꽃동네는 1976년 설립돼 현재 노숙인, 노인, 장애인 등 4천여명이 생활하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입니다. 우간다, 아이티, 방글라데시, 인도 등 세계 10개 나라에도 분원을 두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16일 오후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과의 만남 등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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