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8일 나란히 알뜰폰(이동통신망도매사업, MVNO)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동통신 3사간 '2차 점유율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중소기업 또는 비(非) 통신업체가 주도한 MVNO의 시장이 격변기에 들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이통 3사의 자회사 및 계열사의 MVNO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그간 MVNO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만이 이통 관계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영업을 해왔다. 지난 2012년 MVNO 시장 진입 허가를 받은 SK텔링크는 결합판매 행위제한, 판매영업 관련 공정경쟁 등을 이유로 SK텔레콤의 유통망이 아닌 홈쇼핑, 편의점,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영업을 해왔다. SK텔링크의 현 시장 점유율은 16.3% 정도다.
하지만 이번 미래부의 결정으로 SK텔링크 외 KT 계열사인 KTIS,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가 MVNO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미래부는 다만 이통 3사의 자회사 및 계열사의 MVNO 시장 점유율이 50% 이내에 머물도록 제한키로 했으며 MVNO 사업자가 이통사에 지급하는 망 이용 도매가는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미래부의 이같은 제안에도 이통사의 MVNO 시장 진출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가 키워놓은 MVNO 시장이 대기업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부 역시 이통사 시장지배력이 MVNO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데다 자회사 및 계열사로의 부당 지원 및 불법 보조금 확대 등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중소 MVNO 사업자에 대해 단말기 유심 구매대행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등 여러 규제를 마련해뒀지만 이통사의 제2대전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지난 영업정지 기간동안 SK텔레콤에서 SK텔링크로의 번호이동이 평소보다 2배 가량 급증했던 만큼 이통사 제재 수단으로 쓰이던 '영업정지'가 더이상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MVNO 중소업체 직원은 "이미 수십개의 중소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MVNO 시장에서 CJ헬로비전 등의 비통신 대기업의 물량공세도 벅찼다"며 "이미 SK텔링크의 불공정거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통 3사의 MVNO 시장 진출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용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비롯해 낮은 요금제 출시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MVNO 시장 규모 자체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MVNO 업계는 타사 번호이동 등에 제한이 따르고 서비스 이용이나 해지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통신 선진시장에 비해 낙후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기업의 진출로 MVNO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물론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질 것 역시 기대돼 소비자의 선택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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