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화‧LG라서 더 치열한…명품전인가 졸전인가
입력 2014-07-01 22:16  | 수정 2014-07-01 22:19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2사 2,3루 한화 송광민 타구를 LG 이진영이 이병규와 충돌하며 플라이아웃 시키는 호수비를 펼쳤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최하위권 두 팀의 경기가 맞나 싶다. 명품 수비가 속출한 예상치 못한 투수전. 수비 집중력은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1‧2위 맞대결을 방불케 했다. 누가 이 두 팀의 경기력을 꼴찌라고 할 수 있을까. 경기력 자체의 수준이 높았다.
정규이닝인 9회까지 그랬다. 연장 승부로 넘어가면서 답답한 경기가 펼쳐졌다. 기회를 잡고도 홈으로 불러들이는 한 방이 없었다. 투수와 야수의 집중력이 높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타선의 집중력은 아쉬웠다. 명승부가 어느새 졸전 양상으로 흘렀다. 11회말 오지환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불만 지폈다. 그러나 양 팀을 폄하하기엔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은 수비 집중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양보할 수 없는 전반기 마지막 맞대결이었다. 탈꼴찌를 꿈꾸는 한화 이글스와 다시 내려갈 수 없는 LG 트윈스의 1일 잠실 경기. 8‧9위 경기답지 않은 명승부가 펼쳐졌다.
마운드부터 반전이었다. 양 팀 선발투수는 무실점으로 타선을 잠재웠다. 한화 선발 송창현은 5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 경기를 펼쳤다. 최고구속 142㎞의 직구 컨트롤이 예술이었다. 투구수 95개 중 70개가 직구 승부였다. 7이닝 1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LG 선발 에버렛 티포드도 6⅓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는 113개로 많았지만, 큰 위기 없이 깔끔하게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숨 막히는 투수전이었다. 양 팀 선발 모두 승패는 없었지만, 최고의 피칭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다.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준 것은 양 팀의 호수비였다. 거의 매 이닝 탄성을 자아내는 수비가 나왔다.
LG는 2회 2사 후 우익수 이진영이 송광민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전력질주로 낙하지점을 포착해 낚아챘다. 티포드의 수비는 압권이었다. 6회 선두타자 조정원의 투수 키를 넘기는 내야안타성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낸 뒤 깔끔하게 1루에 송구해 잡아냈다.

7회 2사 2, 3루 위기서도 이진영의 수비가 빛났다. 송광민이 우중간 깊숙한 곳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이병규(7번)와 우익수 이진영의 시프트가 겹치는 지점에 공이 날아갔으나 이진영이 이병규와 충돌을 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타구를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한화 수비도 이에 못지않았다. LG의 잘 맞은 타구는 번번이 한화 호수비에 걸렸다. 3회 한화 2루수 정근우는 김용의의 강습타구를 환상적인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챘다.
4회 1사 1루 위기서도 정의윤의 투수 앞 땅볼 때 깔끔한 수비로 1-3-4 병살을 잡아내 이닝을 정리했다. 오지환의 오버런으로 본헤드 플레이가 겹쳤지만, 한화 내야수비의 집중력이 높았다. 5회 이병규(7번)의 우익수 방면 2루타성 강습타구도 정현석의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막아냈다. 한화 포수 정범모도 1회와 8회 각각 오지환과 김용의의 도루를 완벽한 송구로 저지했다.
불펜도 완벽했다. LG 필승조 유원상은 1⅔이닝 퍼펙트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이동현도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정규이닝 실점을 용납하지 않았다. 최진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한화도 송창현의 완벽투에 이어 안영명과 박정진이 8회와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말 2사 2루 위기서 LG 4번타자 이진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 역시 환상적이었다.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 송창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올 시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정규이닝 0-0 연장 승부로 넘어갔다. 연장전에서도 0의 균형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투수와 야수 수비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타선의 확실한 한 방이 없었다. 루상의 주자들도 어설픈 판단이 찬물을 끼얹었다.
연장 10회초 LG 마무리 봉중근이 선두타자 송광민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정범모의 희생번트를 직접 잡아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빠른 판단력과 정확한 송구가 일품이었다. 봉중근은 조정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이용규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 2루 위기에 몰렸으나 정근우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결국 양보 없는 0의 균형은 LG가 깼다. 연장 10회말 1사 후 채은성이 좌중간을 뚫는 2루타를 때려내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계속 마운드를 지킨 박정진이 손주인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데 이어 피에의 2루 송구로 더블아웃. LG의 기회는 사라졌다.
연장 11회. LG는 가장 믿을만한 구원투수 신재웅이 선두 김경언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워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한화는 박정진이 3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뒤 11회말 2사 1루서 마일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화의 막판 수비 집중력이 결국 무너졌다. 오지환 타석 때 백창수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이때 공이 빠졌다. 백창수는 3루까지 내달렸다. 여기서 오지환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오지환은 0의 균형을 깨는 끝내기 우전안타로 질긴 승부를 끝냈다.
LG의 1-0, 11회 연장 승리.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LG는 올 시즌 9번째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연장전 2승1무6패를 기록했다. LG는 한화와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렸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