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점포 통폐합에 상가 `공실대란`
입력 2014-07-01 17:20 
동탄1신도시 1층 상가 주인인 김 모씨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5년차인 A은행이 올 연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은행만큼 높은 임대수익을 주는 우량 임차인을 찾기 힘든 데다 자칫 업종을 잘못 유치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어 고민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지점 축소 및 통폐합에 나서면서 상가 임대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인 금융권 수요가 줄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가 자체 가치도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여간 전국 금융회사 점포가 500곳 이상 줄어들면서 상가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대량 공실 우려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우량 고객으로 분류되는 은행ㆍ증권ㆍ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기존 상가는 수익률이 최대 반 토막이 나고, 신규 상가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상가 자체의 매매가를 떨어뜨려 일부 건물주는 앉은 자리에서 수십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은행ㆍ보험ㆍ증권사의 점포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먼저 국내 은행은 작년 3월 전국에 7811개에서 연말을 기점으로 12월에는 7797개로 줄었고, 올해 3월에는 7683개로 1분기 만에 114개가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사들의 몸집 줄이기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지점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나 인터넷, 스마트폰 거래가 늘면서 오프라인 브랜치는 예전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당분간 중복 점포 통폐합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똥은 고스란히 상가 투자업계로 튀고 있다. 우량 임차수요가 줄면서 적당한 상가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렵고, 타 업종 대비 높았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판교신도시의 분양가 50억원대 한 대형 상가는 금융 임차인을 잃으면서 상가 가치가 대폭 하락했다. 보증금 25억원에 월세만 1450만원(연 1억7400만원)으로 연 수익률은 약 7%에 달했다.
하지만 은행이 나가고 새로 임차인을 구성하면서 손해가 커질 전망이다. 계약상 월세는 1500만원(연 1억8000만원)이었지만 보증금은 1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순간에 보증금 15억원을 날렸고, 수익률은 4.5%로 곤두박질쳤다.
전국에 500여 개에 달하는 금융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매장용 빌딩의 공실률도 올라가고 있다.
손해를 보고 새 임차인을 구성한 경우도 있지만 기대수익률을 맞추지 못해 상가 매장이 비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매장용 빌딩 공실률은 작년 3월 전국적으로 8.9%였지만 연말 연초 10%를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도 작년 초 5% 수준에서 연말 6.8%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3월에는 7.4%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은행 점포가 계약 연장을 포기할 경우 쉴 틈도 없이 경쟁 은행이나 증권사가 달려들어 높은 수익률로 새 계약을 맺었다"며 "작년 말부터는 은행, 증권 할 거 없이 모두 점포가 줄어들면서 대형 상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전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은행은 상권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입지를 차지했던 경우가 많아 대체 상가가 들어오더라도 건물주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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