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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숙희, 철저한 ‘금욕주의자’가 ‘섹스테라피스트’를 만난다면…
입력 2014-06-27 11:59 
물 만난 고기마냥 스크린 위에서 펄떡거리는 채민서와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한 조한철의 연기 앙상블은 93분이란 시간이 아깝지 않다.”


[MBN스타 최준용 기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관객 및 평단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은 신선한 문제작 ‘숙희(감독 양지은·제작 필름라인)가 베일을 벗었다.

‘숙희는 대학생 자녀를 둔 51세의 주부 양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양 감독은 대학 졸업 후 아내와 엄마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지속하다 ‘숙희를 만들게 됐다.

신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양 감독은 모성과 성(性)을 이채롭게 결합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영화는 곳곳에 재미있는 유머와 개성 넘친 각각의 인물들로 흥미를 유발했다.

영화는 치명적 매력의 간병인 숙희(채민서 분)와 철저한 금욕주의자 윤교수(조한철 분)의 대립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스토리를 이어간다. 한때 신부가 되려 했던, 금욕적 완벽주의자 윤교수는 아내에게 조차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으며 학문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윤교수는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

정신은 멀쩡하나,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그를 간병하던 아내는 시간이 갈수록 지친다. 결국 아내는 돌보는 환자마다 완치시킨다는 간병인 숙희를 고용한다. 윤교수는 빨간 머리에 형형색색 손톱을 치장한 숙희가 유별나 보이고, 제멋대로인 그녀와 대립한다. 이후 숙희는 ‘섹스테라피를 앞세워 특별한 간병을 시작하고 윤교수는 그녀의 기묘한 매력에 빠지며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엄마처럼 야단치고 어르며 윤교수를 애 취급하다가도 그에게 성적인 행동을 하고 소녀처럼 자신의 외모를 치장하는 숙희의 모습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모성애와 잠재된 욕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채민서는 맑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폭력적이면서 예측불허 캐릭터인 숙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큰 다중적인 숙희를 만나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스크린 위에서 펄떡거린다. 또한 숙희에 의해 통제되고 농락당하는 윤교수를 연기한 조한철은 대사 한마디 없이 표정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러닝타임 93분. 청소년 관람불가. 7월 10일 개봉.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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