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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노히트노런’ 가치…‘타고투저’ 시대에 던진 메시지
입력 2014-06-25 06:01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NC 선발 찰리 쉬렉이 LG 마지막 타자 박용택을 뜬공으로 처리해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순간 차분한 표정으로 포수 김태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프로야구에서 14년간 자취를 감췄던 대기록이 이방인에 의해 깨어났다.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9‧NC 다이노스)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던 올해. 그 가치와 의미는 낮아진 마운드에 경종을 울렸다.
찰리는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서 9이닝 동안 안타 없이 탈삼진 7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볼넷만 3개 내줬을 뿐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대단한 기록이다.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다. 역대 국내 투수들도 10차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14년 전인 2000년 5월18일 송진우(광주 해태전) 이후 나온 프로야구 통산 11번째 대기록이다.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경험조차 없던 한국 무대 2년차 찰리가 해냈다.
찰리는 1회부터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에 성공하며 ‘혹시 했다. 4회 1사 후 오지환을 첫 볼넷으로 출루시켜 퍼펙트가 깨졌다. ‘역시 했다. 그런데 7회와 8회 각각 오지환과 이병규(7번)를 볼넷으로 다시 내보낸 뒤 흔들리지 않고 8회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갔다. ‘설마 했다. 9회 김용의를 범타, 박경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더 좋았다. 마지막 타자인 박용택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순간 ‘탄성이 쏟아졌다. 찰리의 노히트노런은 그렇게 이뤄졌다.
찰리의 노히트노런의 가치는 여러 의미를 담았다. 그 가치부터 남다르다. 단지 국내 희귀 기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는 외국인 타자가 득세하며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즌이 진행됐다. 선발과 마무리 할 것 없이 투수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9개 구단 투수 가운데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찰리만 2점대(2.99)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9이닝 완봉승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했다. 야구의 질적 하락을 규탄하는 현장 목소리도 높았다. 3할 타율 이상 타자만 36명인 이상한 시즌이다. 마운드의 높이와 좁은 스트라이크존, 배트의 규제 등 투수들의 ‘기 살리기 대책이 거론될 정도다.
배경도 쉽지 않았다. LG는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팀이다. 특히 LG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서 5개의 홈런을 쏟아냈던 팀이다. 이후 첫 잠실 홈경기였다. 그런데도 찰리는 원정경기서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NC는 올 시즌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프로 2년차에 불과하다. 신생팀 옷을 완전히 벗지 못한 ‘아기공룡이다. 노히트노런은 수비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기록이다. 무결점 경기를 펼친 NC의 호수비도 박자를 맞췄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찰리는 인생경기를 한 날,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포수 김태군의 리드를 극찬했고, 내‧외야 수비수들을 치켜세웠다. 찰리는 스스로를 낮추며 올해 투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이상 기온을 깨고 가장 가치 있게 빛났다.
올해는 32년만의 팀 평균자책점 6점대, 27년만의 팀 타율 3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이 짙다. 찰리가 쓴 노히트노런의 의미. ‘타고투저의 현실적 대안은 결국 ‘잘 던지면 된다라는 기본 명제를 일깨운 국내 투수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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