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중취재] 사느냐, 죽느냐...기로에 선 중소기업
입력 2007-03-13 04:22  | 수정 2007-03-13 08:48
중소기업은 국민 경제의 90%를 담당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정부 정책과 침체된 국내 경기 등으로 어느때 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정원 기자가 그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밤에 차선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도로표지병 신제품을 개발한 김동환 사장.

볼펜에서 불빛이 나오는 '반디펜'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도로표지병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연구비만 30억원 가까이 들었고 기간도 3년이나 걸렸습니다.

공공구매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인증도 정부 부처로부터 모두 받았습니다.


김 사장은 경쟁을 통해 공공기관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십 군데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녔지만 대다수 공무원들은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 : 김동환 / 길라씨엔아이 대표
-"만나주지를 않아요, 가면 딴소리해요. 벽창호에요."

중소기업간 경쟁 물품은 직접 생산 확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제도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김 사장은 주장합니다.

한 지자체는 규격에도 맞지 않는 다른 업체 제품을 사용해 의무 구매 규정도 어겼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김동환 / 길라씨엔아이 대표
-"중소기업자간 경쟁물품은 직접 생산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안 지켜요, 몰랐데요. 벽창호야. 오리발이야. 어떡해요? 감사원요? 공무원 감싸고 도는 데."

김정원 / 기자
-"중소기업들은 단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특혜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남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 김동환 / 길라씨엔아이 대표
-"국가에서 잘한다고 인증을 줬다면 기회는 한번 줘야되지 않느냐. 그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수년 간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도 박대를 받아 본인이 초상집 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는 김 사장.

아직도 가슴에 한이 남았는 지 언제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인터뷰 : 김동환 / 길라씨엔아이 대표
-"...그건 다음에 합시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기술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 김동환 / 길라씨엔아이 대표
-"그래도 기술개발은 돼야한다. 국가는 우리를 배반해도 우리는 민족을 배반하면 안된다. 그래도 지구는 돕니다. 떠나지 말자."

환율문제도 중소기업들에겐 골칫거리입니다.

지난해 6백만 달러 이상 수출한 이 중소제약업체는 환 위험 관리를 위해 환변동 보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배건우 / 중소업체 관계자
-"환율을 940원 예상했는 데 920원이 됐다면 차액분을 수출보험공사에서 보상해주는 제도지만 차액분 100%를 보상해 주지않습니다.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때문에 보험에 들었습니다."

환변동 보험에만 의존할 수 없어 고부가 가치 제품을 늘려 제조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70% 가까운 기업들은 이익이 감소했지만 계속 수출하고 있고 20% 이상의 업체들은 적자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팔면 팔 수록 더 손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대기업 협력업체인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절반 이상의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경우 환율이 하락되면 납품단가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의 영향이 대부분 제조하청 수출중소기업에게 전가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기업의 부당한 단가인하 압력으로 한 중소기업 사장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협력업체의 70% 이상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가장 힘들다는 통계는 이런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김정원 / 기자
-"중소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90% 가까이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mbn뉴스 김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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