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구 이행안하면 회사채 연장 안돼"
입력 2014-06-22 18:35  | 수정 2014-06-22 19:58
'동부제철172.'
2011년 7월 5일 발행된 3년 만기 회사채 이름이다. 700억원 규모인 이 회사채는 표면금리가 8.40%에 달한다. 만기를 불과 2주 남겨둔 이 채권이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한 핵심 열쇠로 등장했다. 7월 5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월요일인 7월 7일까지 시간이 있다. 이날까지 상환 발행을 하지 못하면 동부그룹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발행심사위원회(차심위)는 24일로 연기된 상태다. 금융당국, 채권단과 동부그룹 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어 24일에도 차심위가 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은 낮다. 이번주가 동부그룹으로서는 매우 결정적인 한 주가 될 전망이다. 동부그룹과 채권단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 구조조정 지원은 어렵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2일 "김 회장이 본인이 대주주인 회사를 지키면서 개인 파산을 면하려 하고 있지만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지분은 담보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회장이 동부제철에 지원하기로 한 800억원을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동부제철보다 DBI부터 먼저 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동부제철이 발행한 회사채 투자자들 피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부제철 회사채는 올해 7월 700억원, 8월 400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포함해 2018년까지 발행 잔액은 약 4000억원이 넘는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당수는 공모사채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DBI가 김 회장 개인 재산ㆍ회사라는 논란이 일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동부그룹 고위 관계자는 "2009년 동부메탈 해외 매각을 진행하는 상태에서 산업은행이 투자금융(IB)업 진출을 위해 동부메탈을 은행 측에 팔라고 제안해 기존 딜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년 가까이 헐값 매각을 요구해 불가피하게 김 회장이 출연한 사재 3500억원을 갖고 메탈 지분 50%를 사기 위해 DBI를 설립하게 됐다"며 "산업은행이 인수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DBI는 만들 필요도 없는 회사였다"고 말했다.
동부 측은 "이제 와서 산업은행 DBI 사재 출연과 관련해 개인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DBI에 문제가 생기면 동부메탈뿐만 아니라 자구계획안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동부팜한농 경영권까지 뺏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DBI는 동부메탈 지분 31%와 동부팜한농 지분 12.7%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채 상환에 문제가 생긴 데 대해서도 동부그룹은 채권단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그룹 고위 관계자는 "동부제철 자구계획 핵심은 인천공장(인천스틸) 매각이었는데 산업은행이 동부그룹의 경쟁입찰 의견을 묵살하고 패키지 매각을 진행하면서 매각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제 와서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발행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종성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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