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18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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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이 내놓은 매물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 리스크를 우려하던 예비 인수자들이 웃돈까지 주며 인수에 나서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동양 자산 매각이 연이어 성공함에 따라 그룹 계열사 회사채·단기어음(CP) 투자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변제도 좀 더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파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에 일본 건설·파일업체인 미타니 세키산이 선정됐다. 인수후보 중 최고가(400억원 안팎)를 써낸 미타니 외에도 에이치엘디(HLD) 컨소시엄이 비슷한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가격조정을 감안해도 최종 매각가는 1100억원(부채 770억원 포함) 이상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매물들도 인기다. 동양파일은 물론 동양네트웍스가 보유한 골프장 웨스트파인CC 역시 지난주 골프존에 563억원에 매각됐다. 예상매각가 400억~500억원대로 알려진 동양네트웍스 IT사업부는 대우정보시스템 메타넷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해당 자산들은 대부분 지난해 매물로 나왔다가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동양 매물들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주)동양을 포함한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 매물들의 기업가치는 양호했으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 향방이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지난해에 동양그룹의 자산매각 시도는 단기간에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급전 마련용이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돈이 급했던 그룹 측은 보유자산에 터무니 없는 가치를 부여했고 시장과의 가격차로 인해 딜이 성사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동양, 동양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 4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동양매직이 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면서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자 동양의 알짜 자산들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를 원했던 교원그룹이 협상 당시 제시한 가격은 2000억원 미만이었으며 동양시멘트가 지분 55%를 보유한 동양파워 역시 시장추정가인 2500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초과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른 회사채·CP채권자 변제가 시급한 만큼 그룹 측이 원하는 매각가를 고수하기도 어려워졌다. 변제금 마련이 시급한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지난해 매각 직전(630억원)까지 갔던 웨스트파인CC를 100억원 가량 싸게 가격에 팔았다.
자산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채권자들에 대한 부채 상환기간도 단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동양매직, 동양파워, 동양파일 등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돼 초과 수익을 변제금 상환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주)동양은 2023년까지 계열사 회사채·CP 투자로 발생한 추정 손실액 중 절반인 7000억원 가량을 채권자들에게 분할 변제해야 한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매물이 많아 초과 수익금의 규모를 알 수 없고 용도도 결정하지 않았다"며 "채권자 채무변제를 우선시하고 있기 만큼 자산매각이 잘 마무리 되면 변제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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