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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장`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가보니
입력 2014-06-20 12:00  | 수정 2014-06-20 16:12
경상북도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정문 보안이 삼엄하다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군형법…
오는 23일 5만원권 발행 5주년 기념 취재를 위해 지난 19일 찾은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국가 경제의 한 축인 화폐를 찍어내는 곳인 만큼 입구부터 보안 점검이 철저했다. 시설의 위치, 구조, 제원, 경비, 그 밖의 적의 침투 및 공격에 이용될 수 있는 지역의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국가보안법 등이 명시된 서약서에 서명 동의 후에야 삼엄한 경비를 뒤로 하고 첫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한국조폐공사는 화폐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 돈을 찍어내는 화폐본부, 은행권에 사용되는 보안용지를 만드는 제지본부, 전자여권, 전자신분증 등 스마트 ID제품을 생산하는 ID본부, 가짜 없는 세상을 위한 보안기술을 연구하고 발굴하는 기술연구원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이날 방문한 곳은 돈을 찍어내는 '돈 공장'인 화폐본부다. 보안 시설인 탓에 오래 전에는 지하에서 돈을 찍어냈다고 한다. 현재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곳에서는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 6종의 주화 제조를 비롯해 은행권을 인쇄한다. 이 외에 각종 유가증권, 상품권, 훈장, 기념주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우선 둘러본 곳은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주화 제조시설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동전 특유의 냄새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주화를 찍어내는 기계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소음과 냄새 탓에 각 주화 제조 부문에서 작업 중인 화폐본부 직원들은 주황색 소음방지 귀마개와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시설 소개를 맡은 화폐본부 직원은 "이곳에서 10억장 이상의 주화가 생산된다"며 "이중 10원짜리 주화가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원, 5원 등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주화는 판매용으로 제작, 주화세트로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10원짜리 주화는 생산 단가를 절약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동을 섞어 만든다"고 말했다.
주화 제조 불량률은 0.1~0.3% 수준이라고 한다. 불량 주화는 용광로에 소각, 다시 새 모습을 갖추게 된다.
돈을 제조하는 곳인 만큼 수량 관리를 위해 근무자들은 지정된 환복장소에서 청원경찰 입회하에 근무복을 갈아입는다. 화폐 외부 반출을 막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CC카메라도 눈에 띄었다. 보이는 창문은 모두 밀폐됐다.
은행권 인쇄 공정도 둘러봤다.
10원짜리 주화 제조 과정을 보다 5만원짜리 인쇄 공정을 보니 돈 욕심이 생겨나는 듯했다. 주위에는 5만원권 다발 천지였다.
5만원권에는 무려 22개의 위조방지장치가 적용된다. 용지에는 숨은 그림, 돌출 은화, 숨은 은선, 입체형 은선, 형광 색사 위조방지장치가, 화폐에 입체감을 주는 '올록볼록' 요판인쇄 작업에서는 볼록 인쇄, 미세 문자, 잠상이 만들어 진다. 평판인쇄 시에는 광간섭 무늬, 무지개색, 앤드리스(Endless) 무늬가 입혀진다. 여기에 색변환 잉크, 형광 잉크, 시변각 장치 외에도 비공개 요소 및 특수잉크 6가지를 포함 총 22가지 위조방지장치가 5만원권에 곳곳을 감싼다.
2009년 첫 발행돼 오는 23일 5주년을 맞는 5만원권은 발행 첫해 4억4000만장, 다음해 2000만장, 2011년 1억1000만장, 2012년 1억8000만장, 작년 1억5000만장이 제조됐다. 천원권 다음으로 발행량이 많다.
5만원권 발행이 늘면서 2009년 은행권(5만원권+1만원권+5천원권+천원권) 제조량은 30억3000만장에서 작년 5억8000만장으로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5만원권 발행으로 기존 화폐가 대체되면서 총 화폐 제조량이 자연스레 감소한 것이다. 지불 수단이 현금 사용보다는 신용카드가 대세로 자리 잡은 점도 화폐 제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돈을 찍어 받은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한국조폐공사는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폐 제조량이 정점이었을 때의 40∼50%에 불과해 경영환경이 상당히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보안·인증 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2009년 6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에만 60억원 적자를 봤다.
실제 공사는 1977년 방글라데시에 타카(Taka) 1억장을 시작으로 화폐 등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12%를 수출을 통해 일궈냈다.
김 사장은 "우리사업 중 하나가 주민등록증, 전자여권이다. 이 자체를 수출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나라에 행정체제까지 함께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향후 경영계획을 들려줬다.
[경북 경산 =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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