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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결산…‘가요’②] “왕년의 가수들이 돌아왔다”
입력 2014-06-20 11:48 
[MBN스타 박정선 기자]

2011년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점화된 가요계의 복고 현상은 지난해 ‘가왕 조용필이 ‘바운스(Bounce)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후 더욱 확산됐다. 그간 음원시장에서 소외됐던 중년 가수들이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상반기 절정으로 치달았다. 대중들이 획일화된 가요계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컴백하는 왕년의 가수들은 그야말로 추억 이상의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대중들에게 과거 가수들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추억 속의 가수들은 수년 만에 컴백하면서도 과거에만 묶여있지 않고, 트렌디한 사운드의 신곡을 선보이며 긴 가수생활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음원차트에 반영됐고, 아이돌 중심이었던 가요계에 장르적으로 풍성함을 안겼다.

# 1990년대, 가요계 르네상스 재현?

90년대 1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전성기를 누린 스타들이 대거 컴백했거나, 준비 중이다. 당시에는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두루 인기를 끌며 다수의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이 같은 시기를 두고 관계자들은 ‘가요계 르네상스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후 음반시장의 불황과 아이돌 문화의 확산 등으로 가요계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조용필의 ‘바운스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가요계 르네상스의 재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추측이 쏟아졌고, 실제 올해 상반기만 해도 수많은 90년대 가수들이 컴백하며 이를 증명했다.

지난 2월 시나위 출신 보컬 김바다가 ‘문에이지 드림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다음날 이상은은 ‘태양은 가득히를 발매했으며 3월에는 소찬휘가 ‘사랑해서 그래로 팬들을 찾았다. 또 3월 20일 임창정은 5년 만에 정규 12집 ‘흔한 노래를 발매하며 당시 음원차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발라드의 황제로 불리는 조성모는 4년 만인 3월 24일 새 미니앨범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의 타이틀곡 ‘유나야로 활동했으며, 이선희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같은 달 25일 15집 정규 앨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내놓았다. 특히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자신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세련미까지 담겨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꾸준히 머물렀다.

‘어린 왕자 이승환도 같은 달 26일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을 선보였고, 다음날 이은미 역시 ‘가슴이 뛴다로 오랜만에 대중을 찾았다. 이밖에도 이소라, 박효신 등 수많은 90년대 활발할 활동을 하던 가수들이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

특히 이들은 모두 컴백을 하는 데 있어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끌어들여 시대와 호흡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 ‘진짜 언니, 오빠들이 돌아왔다

원조 언니, 오빠들도 잇달아 컴백했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남진은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을 발표하고 다시 무대에 섰고, 조영남 역시 ‘화개장터 이후 26년 만에 자작곡 ‘통일바보 등이 실린 신보를 발표했다.

1969년 데뷔한 ‘최초의 섹시 댄스가수 김추자도 33년 만인 지난 2일 새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를 내고 국내 무대 컴백 공연을 가졌다. ‘최초의 한류가수 계은숙도 최근 32년 만에 국내 활동을 재개했으며, 70년대 ‘국민 여동생 혜은이도 지난 3월 29일과 30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데뷔 40주년 ‘혜은이 리사이틀을 열었고, 올 가을 신곡 발매를 예고했다.

이 원조 언니, 오빠들의 컴백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대중음악이 ‘보는 음악을 넘어 평생 ‘듣는 음악으로 남는 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다. 후배 음악가들에게 이들의 컴백이 앞으로 어떻게 음악적인 행보를 이어나가야 할지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 수년 만에 다시 뭉친 그룹들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가수들 중에서도 특히 반가운 이들은 바로 각자의 길을 걷다 다시 뭉친 그룹들이다. 영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추억 속의 그룹들의 재결합 소식은 오랜 팬들에게 반가운 선물, 그 이상이었다.

가장 먼저 반가운 소식을 알린 그룹은 1월 앨범을 발매한 엠씨더맥스다. 이들은 7년여 만에 정규7집 앨범 ‘언베일링(Unveiling)을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2000년대 록발라드 시대의 대표주자라고 불리는 밴드 버즈도 2007년 해체 이후 8년 만에 재결합을 확정지으며 올 가을 새 앨범 발표를 예고했다.

또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룹 지오디(god)가 지난 5월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의기투합했다. 5월 ‘미운오리새끼를 발매한 이들은 오는 7월에는 정규 앨범 발매와 동시에 같은 달 12일, 13일 양일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오디와 함께 2000년대 활동한 알앤비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역시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이후 5년 만에 정규 9집 ‘컨티뉴엄(CONTINUUM)의 타이틀곡 ‘너를 너를 너를로 컴백했다.

지오디는 실시간 차트 77시간(누적) 1위를 기록했으며 콘서트 티켓 3만장은 예매 오픈 30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플라이투더스카이 역시 음원차트 1위는 물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들의 컴백이, 그리고 차트에서의 선전이 가요계에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특히 두 그룹의 선전이 반가운 것은 신곡이 과거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예전 스타일의 음반을 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 시절의 음악을 더 바라고 있는 분들도 많다”고 말한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예상이 제법 맞아 떨어진 결과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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