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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지배자’ 이승엽, 홈런 숫자는 사치다
입력 2014-06-19 06:01 
지난 1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연장 10회 초에서 삼성 이승엽이 결승 홈런을 친 뒤 엄지를 세워 보이며 홈인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홈런 타자가 없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같다. 시즌 홈런 랭킹 8위에 불과한 14개의 아치. 홈런 선두 박병호(28‧넥센 히어로즈‧27홈런)와는 무려 13개 차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표현할 수 없는 무한 감동이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38‧삼성 라이온즈)이다. 홈런 하나 하나에 감동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에게 홈런 숫자는 사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홈런왕 이승엽이 감동의 시대를 다시 열었다. 한 때 외야 관중석에 대형 잠자리채를 유행시켰던 바로 그때 그 남자다.
이승엽이 지난 17, 18일 이틀간 인천 문학구장 담장을 4차례나 넘겼다. 생애 첫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9-9로 맞선 연장 10회 결승 솔로포까지 터뜨렸다. 못 말리는 회춘 모드로 연일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이승엽의 6월은 대단하다. 13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치며 타율 3할6푼7리, 12타점 11득점을 기록 중이다. 2루타도 5개나 쳐냈다. 시즌 타율도 3할1푼2리로 끌어올렸고, 45타점 33득점을 올렸다. 5월을 평정했던 삼성이 주춤할 수 있는 위기에서 이승엽이 팀을 구해내고 있다. 삼성은 어느새 또 4연승이다.
이승엽의 존재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힘 있는 젊은 타자들과 외국인 타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마흔을 바라보는 베테랑 타자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터지는 이승엽의 홈런은 비교 불가다. 같은 홈런이라도 상대 투수나 팀이 받는 충격은 두 배다. 반면 삼성 팀 분위기를 한 방에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또 그 한 방에는 전 국민적 감동까지 더해진다.

이승엽은 지난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뒤 한국을 떠나 2012년 돌아왔다. 이후 2012년 21홈런, 2013년 13홈런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나 전반기도 마치지 않은 현재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이승엽은 이미 현재진행형인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다. 그가 넘기는 담장만큼 역사는 바뀌고 있다. 이승엽은 한‧일 통산 531호 홈런, 국내 통산 372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목표는 국내 통산 400호 홈런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상징성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358개의 홈런을 기록해 쉽지 않아 보였다. 예상은 뒤집혔다. 올 시즌 페이스라면 내년 시즌 초반 대기록 달성이 가능한 분위기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오히려 회춘하고 있어 한‧일 통산 600홈런도 도전해볼만 하다.
이승엽의 홈런 숫자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이미 다 이뤘고 다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금도 자신과 독하게 싸우며 늘 그랬듯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국민타자라는 칭호를 받는 이승엽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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