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中企대출 과열 `경보음`…올 들어 17조 급증
입력 2014-06-16 17:35  | 수정 2014-06-16 19:23
올해 들어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역마진ㆍ출혈경쟁 등에 대한 염려가 나오고 있다.
중기대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은행들이 급격히 여신을 늘리는 과정에서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과열된 금리 경쟁을 벌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등 집계에 따르면 올 1~5월 중기대출 잔액 증가액은 17조6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1~5월 증가폭인 12조9100억원에 비해 36.6%나 많은 금액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늘리는 데 열을 올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행별로는 외환은행 팽창이 두드러진다. IBK기업은행이 4조3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외환은행이 2조900억원으로 신한은행(1조7600억원), NH농협은행(1조6000억원), 우리은행(1조2400억원) 등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5월 증가폭은 기업은행(3조4800억원)이 1위를 차지했고 외환은행(2500억원)은 5위에 그쳤다. 외환은행은 올 1~5월 증가폭이 전년 동기 증가액의 8.4배에 달하는 셈이다.

중기대출이 이처럼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은행들의 대출 수익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부실이 우려되는 데다 가계부채 문제로 개인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게 되자 중소기업을 주목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론스타 시절 취약해진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기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영업현장에서는 과열 양상이 빚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3% 후반대 금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경쟁사에서 3% 중반대를 제시했다"며 "내부적으로 3% 중반대는 역마진이 나는 수준이라 판단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B은행 중기대출 담당 임원은 "일부 은행이 생각지도 못한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고객을 빼앗아 가는 등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경영현황 자료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면 부실화될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규식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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