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수 살리기 역부족…개포·잠실 `썰렁`
입력 2014-06-15 17:46  | 수정 2014-06-15 19:54
"아파트 몇 채 사봤자 값은 잘 안 오르는데 세금 내면 남는 게 없다며 투자를 포기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임대소득세 부담이 줄었다고 설득해도 전혀 통하지 않아요."(서울 개포동 G공인 관계자)
정부가 전ㆍ월세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보완대책을 발표한 뒤 첫 주말을 맞은 지난 14일. 강남 최대 재건축아파트인 개포주공1단지 상가 내 중개업소는 이따금 전화벨이 울릴 뿐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일대 중개업소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시장이 꿈쩍도 안 한다"며 "추가 보완책이 없으면 여름 비수기와 맞물려 극심한 거래 가뭄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2ㆍ26 대책 발표 이후 뚝 끊긴 거래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개포단지는 지난달 개포주공2ㆍ3단지가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 등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과세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반짝 몇 건 거래됐지만 세 부담과 세원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해 다시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는 지난달 말 500만~1000만원 오른 7억9500만~8억원에 실거래되면서 8억500만~8억1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추격 매수가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최근 다시 8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잠실주공5단지도 이달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거래량은 2건에 불과하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도곡동, 서초구 반포동 등 중개업소에서는 '월세 상담'을 받는 집주인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는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 월세를 놓을 때 고세율인 종합과세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2000만원 이하면 세율이 낮은 분리과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연간 198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2000만원이 넘는 다른 소득이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과세 대상이어서 현행대로라면 최고 세율인 38%가 적용될 경우 임대소득세만 445만원을 내야 하지만 분리과세로 바뀌면 세부담은 121만원가량으로 300만원 안팎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반포동 E공인 관계자는 "보증금은 올리고 월세는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상한선에 맞춰(월 167만원) 낮추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주고 있는 2주택자 집주인들은 과세 대상에 포함돼 월세로 돌리든지 집을 팔든지 집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상황"이라며 "전세 과세가 주택 구매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세 기준을 올리거나 2주택자 전세 과세 방침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정부가 과세를 완화했지만 시장 기대에 못미친다"면서 "아파트 투자에 대한 자본차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유인하려면 과세 기준을 최소 30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도 "살던 집을 전세 놓고 이사하거나 집을 바꾸는 과정에서 2주택 전세 임대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투기자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월세 세입자들이 원하는 주거형태가 전셋집이고 공급도 부족한 만큼 2주택자 전세 과세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과세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결국 세원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세율은 나중에 얼마든지 상향 조정될 수 있어 임대사업하려는 사람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시장 참가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전ㆍ월세 과세 방안을 빨리 확정지어서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태 기자 /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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