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수쏠림·동조화로 "분산효과 적다" 지적도
입력 2014-06-15 17:13  | 수정 2014-06-15 19:21
◆ ELS의 그늘 / 지수형ELS는 안전할까 ◆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의 몰락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선 주가지수(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이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수형 ELS는 종목형 상품에 비해 위험도가 크게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지수가 기초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기초자산 지수 간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15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종목형 ELS 발행액은 1138억원으로 전체 ELS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인 2.7%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지수와 국내지수를 동시에 기초자산 삼아 발행된 지수형 ELS 발행액은 3조2289억원으로 76.6%에 이르렀다.
이 같은 지수형 ELS 발행액은 지난 4월 3조7775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수형 상품은 뜨고, 종목형 ELS는 사실상 궤멸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지수형 ELS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소위 '차화정 ELS' 투자자들의 손실이 계속되면서 수익성은 낮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기초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덱스(지수)는 개별 종목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낮은 게 사실이다.
2013년 이후 230~280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린 코스피200의 경우 기준가를 가장 높은 280으로 보더라도 최근 1년 반 동안 기준가 대비 8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수형 ELS도 잠재된 위험요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기초자산의 쏠림현상과 기초자산 간 주가흐름 동조화를 지수형 ELS가 갖고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 지난달 발행된 지수형 ELS의 61.3%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49.6%는 유로스톡스50(SX5E)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ELS 기초자산이 특정 지수에 집중되면서 향후 관련 지수 움직임에 따라 ELS 투자자 중 절대다수가 손실을 보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LS는 대체로 3년 만기인데, 투자기간에 2~3개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50~60% 미만으로 한 번이라도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가 많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HSCEI가 해외 지수형 ELS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해당 지수 급락 시 ELS시장 전체에 궤멸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해외 지수로 기초자산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의 흐름이 동조화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코스피200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조합해 발행된 ELS 발행액은 8899억원에 이르는데, 최근 수년간 이들 양 지수의 흐름은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렸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한국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LS가 2~3개의 기초자산을 조합해 발행하는 이유가 리스크 분산에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스피200과 HSCEI의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경제의 격변 상황에서 양 지수가 동시에 손실구간으로 진입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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