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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이탈리아] 아주리군단, ‘빗장수비’를 잃었다
입력 2014-06-15 08:56 
이탈리아는 잉글래드를 꺾고 ‘죽음의 조’ 탈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전반 45분 동안 보여준 이탈리아의 경기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탈리아가 잘 했다기보다 잉글랜드가 너무 못했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이구아수) 이상철 기자] 이겼다. 그렇지만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진짜 웃을 수 있었을까. 4년 전 치욕적인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이탈리아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첫 걸음은 썩 가볍지 않다.
이탈리아는 15일(한국시간)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A매치 7경기 연속 무승(6무 1패) 사슬을 끊고 잉글랜드를 잡고서 승점 3점을 획득한 이탈리아는 16강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뭔가 찜찜한 수석도 적지 않았다. 8년 만에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차지하길 꿈꾸나, 그렇기엔 불완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기록을 놓고 봐도 이탈리아의 우세였다. 전반 45분 동안 볼 점유율은 60%-40%로 이탈리아가 크게 앞섰다. 전반 중반 이후 주도권을 쥐고서 잉글랜드를 몰아붙였다.
전반 35분 마르키시오(유벤투스)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며 전반 막바지 발로텔리(AC 밀란)와 칸드레바(라치오)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으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피를로(유벤투스)의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후반 5분 발로텔리가 칸드레바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결정적인 찬스는 분명 이탈리아가 더 많았다.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 비록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지 못했으나 너무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었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 아니었다. 우선 이탈리아의 최대 강점이 사라졌다. ‘빗장수비로 불리는 이탈리아지만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다르미안(토리노), 팔레타(파르마) 등 A매치 경험이 일천한 이들이 가세했다 하나 포백(4-Back) 수비는 번번이 흔들렸다. 키엘리니(유벤투스)를 중앙에서 왼쪽으로 이동시킨 것도 ‘실패작에 가까웠다. 마르키시오와 키엘리니의 왼쪽 라인은 이탈리아의 ‘약점이었다.

전반적으로 수비는 꽤 어수선했다. 견고함이 상당히 떨어졌다. 빈틈이 보이지 않던 예전과는 분명 달랐다. 골키퍼 시리구(PSG)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리구는 전반 37분 실점을 했지만 잉글랜드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부상으로 빠진 부폰(유벤투스)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이탈리아 수비의 허약함이 드러난 셈이다.
공격 전개 작업도 더뎠다. 후반 중반 이후 잉글랜드의 공격이 충격적일 정도로 부실했지만 이탈리아도 마냥 좋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답답했다. 볼 점유율이 높았으나 무의미한 수치였을 뿐이다. 공격지역에서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는 원활하지 않았다. 피를로, 발로텔리, 칸드레바에게 지나치게 집중되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이탈리아는 이겼고, 승자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우승을 논하기엔 분명 부족해 보였다. ‘죽음의 조를 탈출할 가능성을 높였지만 잉글랜드전 같은 수비력과 패스 전개라면 다섯 번째 별을 달기에는 힘들다. 특히, 전반과 같은 경기 내용이라면 더더욱 힘들 터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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