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볼까
입력 2014-06-10 17:35 
'원화값 상승이 대세라면 피하지만 말고 차라리 즐겨라.'
지난 9~10일 원화값이 이틀 연속 달러당 1016~1017원대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도 원화 강세 수혜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근 가파른 원화값 상승 속에 대표 수출주인 '전ㆍ차(전기전자ㆍ자동차)'가 하락세로 가고 있는 만큼 반대로 환율 변동 수혜를 입을 만한 종목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원화가치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증시의 고정화된 변수가 됐다"며 "이제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하기보다는 업종별로 환율 수혜주를 적극 발굴해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특정 종목 위주로 주식 매매 시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 자금 유입도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원화가치 상승 수혜주는 항공 여행 식음료 철강 정유 등이다. 해외에서 원자재 수입이 많거나 달러화 표시 대외 부채가 많은 업종일수록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 절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원재료 수입이 많은 유틸리티(한국전력ㆍ한국가스공사), 음식료(오리온ㆍ빙그레ㆍ농심), 철강(포스코ㆍ현대제철), 정유(SK이노베이션ㆍ에쓰오일) 등이다. 철강업은 철강 생산에 쓰이는 원재료(철광석)와 연료(유연탄)를 100% 수입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도입 단가를 낮춰 수익 상승으로 연결된다. 밀가루나 설탕 같은 식재료 수입이 많은 음식료 업종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대형 여객기 도입과 항공유 구매 등에 따른 달러화 표시 대외 부채가 많은 항공사들이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연평균 환율이 달러당 10원 하락하면 2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원화값 상승으로 달러화로 지급하는 숙박비와 항공료가 싸지면서 여행 수요도 늘어나 해외여행 관련주 상승이 예상된다.
최근 주가 흐름을 살펴봐도 원화 강세 혜택을 받는지에 따라 종목별로 편차가 확연하다. 이달 들어 원화 강세 속에서 10일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는 일주일 전인 3일 대비 각각 2.3%, 1.7% 떨어졌다.
반면 환율 수혜주는 대부분 상승하는 모양새다. 포스코가 같은 기간 28만9000원에서 29만4500원으로 1.9% 올랐고, 현대제철(5.3%) 대한항공(2.8%) 빙그레(2.1%) 한국가스공사(1.9%) 에쓰오일(4.1%) 오리온(0.2%) 등도 상승했다. 또 다른 수혜주인 한국전력(-2.6%)과 하나투어(-0.9%)는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원화 강세가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수입 후 제품 수출을 위한 글로벌시장 환경이 좋지 못하고, '세월호 사태' 이후 내수 경기도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철강 업종은 원화 강세로 원재료 수입 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제품 수출 시에는 환율이 다시 부담 요인이 되는 데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확대가 쉽지 않다"며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향후 3~4분기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원ㆍ달러환율이 더 내려가지는 않고 달러당 1010원대에서 횡보할 것"이라며 "원화 강세로 수혜를 입는 업종은 주로 내수주인데 내수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환율이 당장 실적으로 연결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음식료ㆍ항공ㆍ여행주가 움직이는 것은 환율 효과라기보다는 여름철 날씨와 휴가시즌 도래에 따른 측면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올여름 엘니뇨 발생으로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오른다면 음식료 업종의 환율 수혜가 상쇄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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