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상사 기분에 사무실 분위기 오르내리락 "서러워"
입력 2014-06-10 08:43 

김재훈(29·가명)씨는 입사한 지 2년 만에 눈치 백단이 됐다. 대학 시절과 입사 초기 성실하지만 다소 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상사의 기분에 사무실 분위기가 오르내린다는 사회 생활의 진리를 깨달아서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이라도 상사의 기분이 나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눈치'야말로 사회생활 '필수아이템'이라고 강조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 "상사 기분에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
신입사원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에 앞서 성실함과 열정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눈치'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일이어도 상사가 기분 좋으면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는 반면 저기압일 때는 "이것도 못하느냐"며 트집을 잡히는 게 사회 생활인 탓이다. 게다가 상사의 기분을 파악 못하고 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실수'에 사무실 분위기는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니 막내들에게 '눈치'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씨도 입사 초반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 많았다. 한번은 부장이 김씨를 불러 "일 시작한 지 6개월이나 지났는데 보고서 하나 제대로 못쓰나"라고 크게 화를 냈다. 의기소침해진 김씨에게 날아온 메신저 쪽지에는 "부장님이 오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출근하실 때부터 기분 안좋으셨어. 너무 마음쓰지마라"라는 사수의 말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늘 비슷하게 제출하는 보고서지만 상사의 기분의 따라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는 얘기였다.
상사의 눈치를 보는 건 업무 시간 뿐 아니다. 퇴근이 가까워지면 눈치 보기는 더욱 치열해진다. 상사가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경우라면 부하직원들은 꼼짝없이 야근을 하거나 비공식적인 회식 자리에 끌려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러기 아빠를 상사로 둔 경우에는 더 하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박지은(30·가명)씨는 회사 생활에 대해 "회식이 진짜 힘들었다"는 말로 회고했다. 당시 근무했던 부서의 책임자가 기러기 아빠였던 탓에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원끼리 저녁 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기러기 아빠의 경우에는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다보니 대체로 저녁을 팀원들과 먹거나 늦게 퇴근을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며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심 일찍 퇴근해주셨으면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 "상사 기분따라 트집 잡히면 서럽죠"
상사 기분에 따라 사무실 분위기가 천지 차이로 벌어지자 일이 없는 데도 퇴근을 늦추거나 서류 결재를 맡을 때 상사의 기분을 먼저 파악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은아(28·가명)씨는 부장님께 중요 서류를 결재 맡는 날이면 아침부터 기분을 살피곤 한다. 심지어는 부장님과 가까운 자리에 앉은 동기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 "부장님 기분 어때?"라며 확인하기 일쑤다. 괜한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기분이 좀 안 좋아보이는 날에는 괜스레 커피를 가져다 드리는가 하면 "오늘 넥타이 잘 어울리세요" 등 공치사를 남발하기도 한다.
이씨는 "별거 아닌 일인데 상사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괜히 트집 잡히면 그때처럼 서러울 때가 없다"며 "업무 보고 하기 전에 부장님 심기를 파악하는 건 필수 중에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내 인간관계에서 서러운 부분으로 '상사에게 트집 잡힐 때'를 꼽았다.
최근 사람인이 직장인 11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상황별 나를 서럽게 하는 순간 베스트 3'에 따르면 ▲인간관계 부문에서는 상사가 기분 따라 트집 잡힐 때 ▲업무와 관련해서는 잡무를 도맡아 할 때 ▲자기 자신에게 서러울 때는 너무 힘든 데 회사를 그만둘 수 없을 때가 각각 부문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중 '상사의 기분에 따라 트집 잡힐 때' 서럽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5.1%(복수응답)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밖에 업무와 관련한 부문에서 '대충 지시 받은 일인데 나중에 야단 맞을 때'(35.5%), '일이 없어도 눈치 보여 야근할 때'(32.5%) 등의 답변이 나타나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서러운 순간'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눈치' 빠른 신입사원이 후배로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업무센스(눈치 빠른)가 있는 후배를 뽑고 싶다는 답변이 1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사를 잘 하는 후배(14.6%), 배우려고 노력하는 후배(13.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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