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투자자 다시 신흥국에 '손짓'…"하반기 '수출주도형' 한국도 수혜 예상"
입력 2014-06-09 09:58 
세계 투자자 다시 신흥국에 '손짓'…"하반기 '수출주도형' 한국도 수혜 예상"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신흥국 펀드에 세계 자금 유입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9일 동양증권과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4~5월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각각 69억달러(7조원), 125억달러(12조9천억원)가 유입돼 9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 신흥국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세계 자금이 신흥국에서 급격히 빠져나갔던 것과 대비됩니다.

1~3월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서는 각각 83억 달러, 70억 달러가 순유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불안감,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흥국 소외 현상이 대두된 바 있습니다.


4월 초부터 5월 셋째 주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15종 중에도 신흥국 관련 펀드 4종이 포함됐습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펀드 역시 신흥국 펀드로, 해당 펀드에 대한 순유입 규모는 49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반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미국 펀드시장에서는 자금 유입 규모가 대폭 줄었습니다. 1~3월 미국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는 각각 290억 달러, 241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그러나 4~5월 순유입 규모는 38억달러, 28억달러로 감소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4월 초부터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4월 상반기(1~2주)는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각각 27억 달러, 46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오며 기존의 자금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이처럼 신흥시장에 자금이 쏠리면서 주요 신흥국 증시도 활짝 웃었습니다.

신흥국으로 세계 투자 자금이 다시 이동하게 된 배경으로는 선진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선진국의 장기 금리 하락 등이 꼽혔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지표 개선이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의문이 나오고 있는 데다 금리 하락 압박도 강해지고 있는 탓입니다. 특히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월 한때 2.4%까지 떨어져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국채 수익률인 평균 6%대인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장기 금리 하락은 유럽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던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훈길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효과가 신흥국 자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한국도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에 따른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상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안정 기조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신흥국이 덕을 봤다면,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 동반 회복세 속에 수출주도형 신흥국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흥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패턴을 보면 한 국가에 집중되지 않고 순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하반기 경기 동반 회복과 물가 상승 등이 현실화되면 한국과 대만 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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