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잘나가던 ETF마저 거래 줄었다
입력 2014-06-06 17:03 
유가증권시장의 거래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했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시들해지고 있다.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 박스권 장세가 오랫동안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의 거래대금과 순자산총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변동성이 커야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최근 변동성이 줄면서 이 상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ETF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급감에도 '나 홀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ETF 하루 거래대금은 시장이 개설됐던 2002년 327억원으로 시작해 2010년 110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1년 4896억원, 2012년 5442억원, 2013년 7925억원으로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692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63% 감소했다.

국내 ETF시장의 전체 순자산총액도 2002년 3440억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말 19조4220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올해는 지난 4월 말 기준 17조22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11.44% 감소했다.
기본적으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면서 ETF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투자 환경이 ETF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 투자하기 적합한 대표적인 상품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인데 국내 ETF 전체 거래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ETF 거래량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비중은 지난해 말 61.1%에서 지난 4월 말 57.5%까지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박스권 장세가 시작된 것은 비단 올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코스피 상단은 2011년을 제외하면 2000선 초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코스피가 최초로 2000을 돌파한 2007년 코스피 하단은 1345.08이었다. 이후 2008년 892.16, 2009년 996.69, 2010년 1532.68, 2011년 1644.11, 2012년 1758.99, 2013년 1770.53을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올해 저점은 1885.53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증시 박스권 하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박스권 상단이 고정된 가운데 하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지수 등락을 통해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통한 단기매매 투자자들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코스피 상단이 고정된 가운데 많이 빠져봐야 하단이 1900 수준밖에 되지 않아 레버지리와 인버스 ETF 매매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게 ETF 거래대금 감소의 핵심 원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화 강세가 심화되면서 외국인들의 ETF 차익 실현이 본격화되고 추가 매수가 줄어드는 것도 특징이다.
외국인의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2180억원에서 올해 1724억원으로 20.91% 감소하며 개인, 기관보다 거래 위축이 심화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원화 강세로 외국인들의 국내 ETF에 신규로 투자할 매력이 줄어든 것도 ETF 거래 위축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거래소가 올해부터 ETF 수수료 면제를 종료한 것도 ETF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는 ETF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2~2013년 회원 증권사들에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 줬다. 수수료 면제로 운신의 폭이 있던 증권사들은 공격적으로 'ETF 매매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거래소가 수수료를 다시 징수하자 국내 증권사들의 국내 ETF 매매 관련 무료 이벤트가 대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고공행진을 지속하거나 단기 악재로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ETF 거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기선 동양자산운용 사장은 "이미 ETF시장에 나올 만한 상품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와 같은 고속 성장세가 다시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ETF 거래가 지금보다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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